배움중심 온라인 수업을 주제로 연수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즘 교사로서 나의 모습을 동물이나 사물에 비유하면?'이라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검색하면 나오는 온라인 수업 도구의 기술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교사의 철학과 성찰의 필요성을 먼저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주로 줌을 이용한 원격 연수로 진행했는데, 패들렛에 코로나19 이후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동물이나 사물의 사진을 검색해서 붙여 넣고 이유를 간단하게 적어서 수업의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수업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에서부터 교사의 전문성이 나온다'라는 말도 있듯이, 공감하며 서로 듣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마음을 열고 서로 묻고 배우는 관계도 형성이 되겠지요.
미리 만들어놓은 게시판에 저의 요즘 모습을 소개했는데요, 낯선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배움의 가능성을 찾아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로 '나무늘보'를 밀고 있답니다. ㅎㅎ
학교 전체 교사나 교사별 모임, 학교 밖 교육연구회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1학기 때는 자신과 비슷한 동물로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미어캣, 겁에 질려서 소심하게 움직이고 있는 토끼나 사슴, 뒤처져서 기어가고 있는 거북이'가 많았어요. 그만큼 모든 교사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수업이 사나운 맹수처럼 무서운 존재였다는 의미겠지요. ㅠ.ㅠ
여름방학을 지나 2학기가 되면서부터는 비유하는 동물과 이유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배우는 꿀벌, 겉으로는 편해 보이지만 물 밑에서 마구 헤엄치고 있는 백조' 같다고 표현한 분도 있었지만, 많이 지치고 우울한 모습을 반영하는 표현이 많았어요. '쳇바퀴 도는 다람쥐, 너무 많이 달린 치타, 멀티를 뛰느라 바쁜 문어, 화가 잔뜩 난 상어, 로봇' 등이지요. 온라인 수업, 등교 후 교실 수업의 반복과 방역 업무, 그리고 의미 있는 대화와 탐구가 어려운 제약 때문인 것 같아요.
이것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의 솔직한 모습입니다. 중요한 것은 선생님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많은 동물이 함께 어울려 살아야 밀림이 유지되듯,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가진 선생님들이 교류해야 학교 역시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로의 어려움을 재미있게, 너무 진지하지 않게 나누는 자리가 꼭 필요합니다. 이런 경험을 한 선생님들이 교실로 돌아가서, 아이들끼리 어려움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어제는 지구과학 교사모임에 초대되어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1년차 신규 선생님의 새롭게 발견한 '새끼 거북이'의 의미가 너무 멋졌어요. "부화 후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새끼 거북이처럼 코로나19 이후의 일상과 수업이라는 큰 물결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교사로서의 제 모습과 닮아있어서"라고 적어주셨지요. 저 혼자 짐작에, 교사는 아무리 큰 물결, 파도가 몰아쳐도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라는 바다'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새끼 거북이가 큰 바다거북이로 잘 자라나서, 깊고 푸른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기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