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을 앞둔 모든 아이들을 위한 시 한 편
가장 당황하고, 짜증나고, 불안하고, 허탈했을
이 땅의 모든 고3, 중3, 초6 아이들의 2020년이 끝나갑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낯설고 뒤엉킨 상황에서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늘 하던 것도 귀찮고, 새로운 일은 더더욱 하기 싫은
아이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왜 그래?"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생각해봤어요.
저 역시 올해 고3 담임을 하며, 또 집에 있는 아이에게 속으로라도 '괜찮아' 대신에 '왜 그럴까?'하고 한숨 쉰 적이 많았고, 표정으로 다 들어났겠지요.
다른 국어샘이 고3 아이들 보라고 온라인수업에 올린 시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괜찮아'하고 생각하면 내가 먼저 누그러지는데...
그럼 아이들도 다 누그러지지 않을까요.
갓난아기때부터 그렇게 큰 아이들인데 말이죠.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