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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an 10. 2022

아들이 잃어버린 운동화를 손에 들고

-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님을 추모하며

  2022년 1월 9일, 21세에 세상을 떠난 아들은 82세가 된 어머니를 하늘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잃어버린 흰 운동화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의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그 뒤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며 오열하는 이한열 열사가 있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아들의 차가운 한 쪽 발을 쓰다듬으며 운동화를 마저 신겨 주겠지요. 1987년 6월 9일 그날 이후, 35년 만입니다. 배은심 여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위의 한겨레 만평을 처음 봤을 때, 영화 <1987>의 한 장면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배우 강동원이 연기한 이한열 열사는 의식을 잃기 전에 운동화 한 쪽을 계속 바라봅니다. 남겨진 신발처럼 세상에 남긴 미련, 아쉬움, 그리고 사랑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이 만평이 더욱 슬펐던 이유는, 운동화 한 짝에 담긴 아들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웃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었습니다.



  "이 많은 청년들이 니 가슴에 있는 원한을 풀어주길, 안되면 엄마가 갚을란다. 안 되면 엄마가 갚아."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때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을 대신해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고, 맨 앞에서 최루탄을 마시고 전투경찰의 곤봉을 맞으면서도 버텼습니다.


  대학을 다닐 때, 멀리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를 뵌 적이 있습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는 "제발 죽지 말고 다치지 말고 싸워주세요"라고만 하셨지요. 그때도 잘 몰랐지만, 어제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보고 어머니의 성함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이한열 열사와 같은 세대였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피 한 방울 아니 땀 한 방울 흘리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아무런 성찰 없이 군부독재에 맞섰던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칩니다. 배은심 여사님의 영정 앞에서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알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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