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그램, 쓰샷'으로 사진글 만들기
코로나 종식을 의미하는 '엔데믹'을 기원하면서, 문학 수업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아이들과 함께 '벚꽃 백일장'을 했습니다. 올해는 두 시간 연강 수업이라, 첫 번째 시간에 시 창작 수행평가를 마무리하고 두 번째 시간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갔지요.
당장 무엇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 글쓰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표현하기 위한 글쓰기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문학 수업 단톡방에 아래처럼 안내글을 올리고, 각자 사진글을 작성해서 야외 수업 끝나기 전까지 올리라고 했어요.
"운동장에 나가서 먼저 '꽃, 하늘, 풍경' 등을 찍습니다. 글그램 혹은 쓰샷(아이폰) 등을 설치한 후,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을 불러와서 그 위에 멋진 글을 적어보세요. 봄을 맞이한 기분, 나 혹은 친구에 대한 응원, 봄의 아름다움 등을 긍정적으로 표현해 보세요. ^^""
이어서 제가 예시 사진글을 만들어서 단톡방에 올렸고, 휴대폰에 설치할 앱도 소개했습니다. 안드로이드 폰은 '글그램', 아이폰은 '쓰샷'을 먼저 설치해서 나가라고 안내했고 간단하게 사용법도 알려줬습니다. 물론 다른 사진 편집 앱을 써도 됩니다.
대부분 학교 운동장에서 절정기를 맞이한 벚꽃 사진을 찍어서 올렸지만, 학교 건물, 친구들의 모습, 시계 위에 앉아 있는 까치를 찍고 한 줄 문장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자기 얼굴을 셀카로 찍고는 그 위에 '나랑 벚꽃 보러 갈래?', '꽃보다 예쁜 OO'처럼 표현한 자기애가 강한 아이도 있어서 웃음이 났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고등학생에게 벚꽃은 지필고사 기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우울한 소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벚꽃이 내린다/ 성적은 올라라'라는 소망을 표현하거나, '고통의 시작, 봄 / 지금 난 우나 봄'과 같이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아이도 있었지요. 그래도 이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임을 아이들도 잘 알고 있는지, 학급 단체 사진도 찍고 운동장에 모여 앉아 게임을 하기도 하면서 행복한 추억을 나눠가졌습니다.
저도 아이들이 벚꽃나무 아래 모여있는 사진을 찍어서, 이렇게 한 줄 소감을 적어 보냈어요. (아이들이 만들어서 보내준 사진글로 만든 영상도 맛보기로 일부를 올립니다. 행복한 봄날,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벚꽃이 져도 민수샘과 함께 한 18살, 아름다운 이 순간은 영원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