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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ul 05. 2022

'20대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갈아 넣어' 얻은 승리라니

- 미드웨이 해전과 우크라이나 전쟁

  저는 역사 중에서도 전쟁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철없던 학생 때는 삼국지, 로마인 이야기나 임진왜란 관련 책을 읽으며 영웅들의 활약에 매료되고 전술전략의 치밀함에 감탄했지요. 요즘은 전쟁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2차 세계대전, 특히 태평양 전쟁에 꽂혀서 잘 알려지지 않는 영화도 찾아보고 관련 유튜브 채널도 구독 중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강하게 떠오른 것은 20세기 이후의 전쟁은 말 그대로 '20대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갈아 넣어서 얻은 승리'라는 씁쓸한 결론입니다. 고대와 중세의 전투처럼 뛰어난 전략전술도 별로 없고, 있어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뒤죽박죽이 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태평양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은 '미드웨이 해전'입니다. 미군은 일본군 항공모함 함대의 정확한 공격 날짜와 위치를 감청을 통해 미리 알았지만, 다양한 사건 사고와 훈련 부족 등으로 계획대로 공격하지 못했습니다.


  전투기 호위 없이 단독으로 일본 함대를 향해 돌진한 첫 번째 뇌격기 편대는 어뢰 한 방 제대로 투하하지 못하고 '마치 파리떼가 떨어지는 것처럼' 15대 모두가 격추 당했고, 다른 미군 비행기들도 대부분 일본군 전투기에 당합니다. 미군 비행기마다 2~3명의 20대 초중반 젊은이들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미드웨이 해전은 수백 명 조종사들의 '인해전술'로 얻는 승리였습니다.


  앞서 추락한 동료들의 뇌격기 덕분에, 늦게 도착한 폭격기가 느슨해진 방어막을 뚫고 일본 항공모함에 폭탄을 투하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2019년 영화 <미드웨이>는 몇 명의 살아남은 조종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멋지게 보여줍니다. 엄청난 희생의 대가라는 것을 알면 열광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고증을 잘 해서 아직 못 본 분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갑자기 '미드웨이 해전' 이야기를 꺼낸 것은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때문입니다. 아래의 기사처럼,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도 막지 못하는 전쟁의 참혹함이 끔찍하고, 어린 청년들의 죽음을 다른 나라 얘기로 여기면서 별 반응이 없는 우리나라의 분위기도 조금 무섭습니다.



  러시아군은 지금까지 최소 1만 5천명에서 3만 5천명이 전사했다고 추정되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은 매일 100~200명이 전사하고 있다는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의 몇 배 사상자를 내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짧은 훈련을 거쳐 전장으로 보내는 20대 초반 징집병의 희생이 크다고 합니다.


  저는 전쟁이 무섭습니다. 저는 북괴의 공습경보를 듣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 장난을 쳤지만, 밤에는 전쟁터에서 공포에 떠는 악몽을 꾸던 어린이였습니다. 전방에서 포병으로 복무하며 포탄의 유력을 가까이서 지켜봤기에 전쟁이 두렵습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과 러시아도 막지 못하는 어린 병사의 죽음으로부터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군사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제발 전쟁을 쉽게 말하는 어른들, 높은 분들이 21세기에도 '20대 청년을 갈아 넣어야 겨우 승리하는 전쟁'을 쉽게 떠들어대지 않기를 기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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