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에 처음으로 극장에 갔다 왔어요. 제가 즐겨 보고 듣는 '매불쇼'의 영화 코너에서 <다음 소희> 이야기를 2주 연속하더군요. 손익 분기점 30만 명을 넘겨서, 너무 아프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표를 예매했습니다.
아침과 늦은 저녁 하루 두 번만 상영하고 있었는데, '매불쇼'의 홍보 때문인지 저 포함 6명이 영화를 봤어요. 혼자 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틀려서 다행이었지요. 5명은 저와 비슷한 연배였는데, 고등학생같은 남학생이 한 명 있어서 더 다행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영화가 끝나갈 때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흐느끼더군요...
특성화고등학교 고3인 소희의 현장 실습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제가 고3 담임할 때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인문계고라 영화처럼 노골적이지 않았지만, '성적 향상률, 진학률이라는 숫자 속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꿈과 노력이 얼마나 많이 묻혀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잘 보지 않고, '학과에 상관없이 인서울 4년제로 가야지', '차라리 취업 잘 되는 전문대를 생각해 봐'라고 했으니까요.
학교의 취업률을 높이는 하나의 숫자에 불과했던 소희는, 콜센터에 가서도 해지 방어율을 높이는 숫자로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떨 때 행복하고, 또 무엇에 분노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때로는 웃음을 주었던 영화 <다음 소희>처럼 너무 진지하지 않게 포털 사이트에 감상평을 4행시로 남겼어요. 평점도 10점을 주었지요. 극장에서 내려오기 전에 좀 멀더라도 꼭 가서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