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수샘의 장이불재 Sep 09. 2023

'선생님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불러야 할 때

  이웃 고등학교의 60대 선생님을 추모하고 온 다음 날인 9월 7일, 대전의 40대 초등학교 여교사가 다시 세상을 떠났다. 다른 선생님들도 그럴 것 같지만, 우울한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뉴스도 안 보고 스마트폰도 멀리하려고 노력했다. 방에 누워서 멍때리고, 동네를 걸으면서 먼 산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못 참고 다시 뉴스를 보고 기사를 읽다가 울컥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BBC 뉴스가 보도하는 교사 집회 영상을 보다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야기하지 않는, 아니 포기하고 있는 한국 교육의 근본적인 원인이 영국 기자의 입에서 나왔다. 바로 '초경쟁 사회 (hyper competition society)'가 그것이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교사의 고통이 심해서 대규모 집회를 통해 아동학대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런 멘트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그야말로 초경쟁 사회로 성적에 정말 많은 게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며 당연하게도 이러한 압박감은 자녀들에게도 전달되죠. 그리고 결국 교사들에게도 영향이 전해집니다. 그래서 현 사태는 단순히 교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고칠 수준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이 전반적인 교육에 대한 접근법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죠."


  요즘에는 나도 모르게 자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입에 맴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표현한 이 노래가 왜 떠오르는 것일까? 대학에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를 주먹 쥐고 불렀던 나는, 이제는 모든 선생님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포기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특히 2·30대 후배 교사들이 지금 당장 '아이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교사로서 명예를 지키고, 내 이름으로 당당하게 원하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이것이 자기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기를 기도한다.


  교사를 절망하게 만드는 학교 안팎의 제도와 문화 속에는 BBC 기자도 알고 있는 '초경쟁 사회'와 그로 인해 '내 아이만 성공하면 되는 각자도생' 사회가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인 아이들과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때로는 생각과 행동이 의젓한 아이에게 의지도 하면 좋겠다.

  '앞서서 나가지 않더라도' 힘들 때는 쉬었다 가고,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교사의 길이라 믿는다. 그 길에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길 수 있는 선생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고 싶다.


- '다시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떠난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작가의 이전글 정년을 1년 앞두고 떠난 선배 선생님을 추모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