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진정성은 괴로움에서 나옵니다.

- 교사의 6월 이야기(1)

by 글쓰는 민수샘

성장소설쓰기 수업을 하면서 곤혹스러운 순간이 있었습니다. 3차시 수업에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사건이 있는 이야기를 간단하게 쓰고 이를 발전시켜서 소설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활동을 했지요.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게 하고 사건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변했고 깨달은 점은 무엇인지도 적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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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내용을 적는 동안 저는 돌아다니며 한 명씩 도움말도 해주고 내용을 적은 학생의 글을 읽고 의견도 말해주었습니다. 한 여학생이 지금은 세상을 떠난 강아지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적었길래 "실제 소설을 쓸 때는 처음 강아지를 본 순간과 마지막 모습을 잘 묘사하면 되겠네'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학생은 바로 고개를 숙이더니 눈물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저는 불에 데인 것처럼 화들짝 놀랐고 냉수마찰을 한 것처럼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옆의 짝도 놀라서 학생에게 휴지를 건네주었고 저는 몇 분이 지난 다음에야 "미안하다, 선생님이 너무 말을 쉽게 했지"라고 겨우 한 마디를 하고 수업을 마쳤습니다. 교무실에 돌아와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고 우울했습니다. 스스로에게 '그런 진정성 없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었나?'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진정성의 의미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참되고 애틋한 정이나 마음을 가지고 있음'이란 뜻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3차시 활동지에 '실수로 자다가 새끼 고양이를 죽인 이야기'가 사례로 실려있는데, 이것도 적절하지 못했다고 자책했습니다. 물건 찍어내듯 글을 쓰게 만드는 것도 아닌데, 성장소설을 쓴다면서 기교나 절차적인 측면으로 접근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그 여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괴로움'이 없었다고 반성했습니다. 아무리 짧은 시간동안 여러 아이들의 글을 읽고 의견을 말해주더라도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학기에 경희대 혁신교육대학원에서 엄기호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데, 지난 주 강의의 주제가 진정성이었습니다.


인간은 '내면의 나'와 '바깥(세계) 속의 나'와의 일치(통합)를 추구하지만 두 자아의 불일치(간극) 때문에 괴로움을 느낀다. 만약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움이 없다면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역겨움을 갖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이다.


엄기호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수업 시간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학생을 보면서 괴로워 하는 것도 교사으로서의 진정성 때문이고 학생들의 갈등이나 반항 때문에 잠 못 들고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도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설 쓰기 수업 시간에 학생의 눈물을 통해 '괴로움이 없었던 몇 초'를 발견했고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성장소설을 쓰게 하고 있지만, 더 성장해야 하는 것은 교사인 저였습니다. '좋은 교사이고 싶은 내면의 나와 학생들에 비춰지는 실제의 나'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싶은 저의 성장소설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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