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9주년, <별 헤는 밤>과 독립운동가의 환한 웃음

by 글쓰는 민수샘

창밖엔 밝은 해가 빛나도 어둡고 답답했던 광복 79주년을 보내고,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다시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윤동주 시인은 암울하고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 말기에도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불러보며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기를 기원했다.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그들이 겪는 일상의 고통에 공감했고, 가장 약한 생명인 '토끼, 노새, 노루'의 곁을 지키며 늑대처럼 달려드는 일제에 맞서려고 했다.


일본 유학까지 갔던 윤동주 시인이 식민지 치하에서 신음하는 존재들을 외면하고, 이들의 고통을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긴 탓으로 돌렸다면 시인 자신과 가족들은 평온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1917년에 태어난 시인은 살아남아 광복을 보았을 것이다. 70대 초반에는 서울 올림픽에 감동하고, 80대 중반에는 월드컵 4강 진출에 흐뭇해하며 편안하게 눈을 감았을 수 있다.


왜 윤동주 시인은 민족과 민중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을까? 답이 명확한 이런 질문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2024년의 8.15 광복절을 보내며, 그래도 힘을 주었던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환한 웃음이었다. AI 기술로 만든 사진과 영상이지만, 많은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여러 번 돌려보며 웃다가 울다가 했다. 더 찾아보니 윤동주 시인이 활짝 웃는 얼굴도 있었고, 유관순 열사가 18살로 환생해 친구와 떡볶이를 먹는 사진도 있어서 뭉클했다.






하늘나라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고 믿고 싶다. 유관순 열사는 다시 학교에 다니며 윤동주 시인에게 문학을 배우고, 김구 선생님의 집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활짝 웃는 안중근, 홍범도, 윤봉길이 사는 그런 마을. 이들의 이름과 모습을 떠올리며 <별 헤는 밤>으로 모방 시를 써봤다.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식민지 청년의 아름다운 영혼을 보여주었던 윤동주 시인의 이름과 평화로운 세상이었다면 고향 마을에서 애기 엄마가 되었을 김학순, 박숙이, 이옥선…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름도 불러봅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조국과 후손을 위해 매일밤 머리를 맞대고 있을 것 같은 안중근, 유관순, 홍범도, 김구, 윤봉길 이런 애국지사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진정한 독립과 평화 통일이 아스라이 멀 듯이


민족의 실체는 결국 대다수의 민중이고,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 민중의 삶은 비참했다. 이들의 고통과 희생은 말하지 않고, 알량한 이론과 기괴한 숫자놀음으로 우리의 투쟁 역사를 욕보이는 이들에게 독립운동가들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니 한마디 말도 아깝지 않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N9Xbv4Oen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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