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국어가 아니었다면, 역사 교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전쟁사와 민중의 투쟁사를 좋아하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실제 사건을 다룬 영상물을 찾아서 보곤 한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항일 투쟁이나 일제의 만행을 상세하게 다룬 영화, 다큐멘터리는 갈수록 보기 힘들다. 힘들다기보다는 몸과 마음에 생기는 통증이 두렵다. 2019년에 개봉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를 아직 보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몇 번인가 재생을 눌렀다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영상을 닫았던 기억이 난다. 첫 장면부터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유관순 열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데, 앞으로 그녀가 겪을 잔혹한 고문이 떠올라서 계속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AI로 만든 유관순 열사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고2 정도의 나이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과 미소가 너무너무 보기 좋아서, 카톡 프사 사진에 넣어서 답답한 시국에 대한 소심한 '항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인 '매불쇼'에서 다큐멘터리 <1923 간토 대학살>을 알게 되었다. 진행자인 최욱 MC가 패널들의 강요(?)로 영화관 대관까지 하면서 후원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이때 누군가가 개봉관이 몇 개 없어서 직접 가지 못한다면, 극장표라도 예매해서 어렵게 제작하신 분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오늘 무심코 카톡을 열어보다가 떡볶이를 먹고 있는 유관순 열사의 얼굴을 보니, <1923 간토 대지진>이 다시 생각났다. 항일 운동을 하신 분들이 하늘에서 크게 분노하며 피를 토할 만한 굴욕적인 일들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정말 작은 실천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관람권을 예매했다. 아직 상영 중이라 다행이었다.
현재의 일본 정부는 제국주의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있다. 어떤 한국인들은 일본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사과를 강요하면 안 된다고, 오히려 우리 국민들에게 잘못에 돌린다. 이런 세력에게 항거를 못 한다면 거부라도 하고, 거부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애써 외면하는 역사를 기억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시각, 극장에선 <1923 간토 대학살>이 상영되고 있다. 비록 그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지만, 좀 더 용기를 내어 나중에라도 꼭 보고 싶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항거, 유관순 이야기>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끝까지 봐야겠다. (집에 있는 두 아이를 소파에 묶어놓고서라도 같이 보고 싶지만 항거, 아니 저항이 거셀테니 다른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