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이 2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부끄러움이 많은 나는 '스몰 토크'가 여전히 어렵다. 직장 동료가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면서 작은 관심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우연히 마주치는 동료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경우가 드물다. 천사표 성향의 선생님이 많은 학교에서도 이 정도니, 일반 회사에 다녔다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몰 토크'를 잘하는 책을 사서 읽거나 학원에 등록했을 것이다.
그런데 1년에 한 번이라도 직장 동료에 관한 퀴즈를 즐겁게 풀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면 어떨까? 퀴즈대회가 끝나고 나면 직장 여기저기에서 스몰 토크가 넘쳐날 것이다.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부서의 동료를 만났을 때. "어제 퀴즈대회 재미있었죠? 선생님은 몇 등을 하셨어요?" 혹은 "어제 선생님의 취미에 관한 문제가 재미있었어요. 언제부터 배우기 시작하셨어요?"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다.
지난주 지필고사 첫날 오후에 했던 교직원 퀴즈대회도 정말 재미있었다. 예전에 혁신교육부장을 할 때 경험이 있어서 TF팀에 자원했고, 선생님들께 미리 설문을 받아서 퀴즈를 만들었다. 자신에 관한 사소한 비밀 한 가지, 다른 동료를 칭찬하는 내용 한 가지만 간단하게 받았다.
온라인 프로그램은 '퀴즈앤'을 활용했다. 모든 교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핸드폰을 이용해서 퀴즈앤에 접속한 후 실시간으로 문제를 풀어보는 방식이다. 올해는 퀴즈대회 이후에 미니 체육대회도 있어서, 교직원을 모두 3개 팀으로 나눴다. 그래서 퀴즈대회도 단체전으로 진행했다. 퀴즈에 로그인할 때 자신의 이름 앞에 팀 번호를 적게 하고, 최종 순위 1~10위에서 가장 인원이 많은 팀이 우승하게 된다.
설문을 바탕으로 퀴즈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수업에서 활용할 때도 학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학습 내용을 조금만 비틀어서 문제를 만들었다. 교직원 퀴즈에서도 선생님의 이름이나 설명하는 단어를 가지고 조금만 장난을 치면 문제를 맞히든 못 맞히든 함께 웃을 수 있다.
가령 '나를 맞춰봐' 영역에서 '해동검도 3단 유단자로서 마대 자루로 괴한을 무찌를 수 있을 것 같은 이분은 누구일까요?'에서 정답이 '김혜수'라면 '1번 김해수, 2번 김해순, 3번 김수혜, 4번 김혜수'라고 출제하면 된다. 조금 흔한 이름이라면 성을 바꿔도 괜찮다. 퀴즈 설정에서 정답을 제출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데, 빨리 맞힐수록 점수가 크기 때문에 답을 정확하게 알아도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자신에 대한 퀴즈를 내고, 증명할 수 사진을 추가로 받아서 활용하면 더 좋다.
'교직원 칭찬하기' 영역도 비슷하다. 너무 쉬운 문제는 입력 스피드로 경쟁하게 했고, 4명의 선생님을 칭찬한 내용을 한 문제로 엮어서 출제하기도 했다. 동료를 칭찬하면서 효능감이 생길 수 있고 '누군가 나의 모습을 좋게 보고 칭찬해 주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서 나도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었다.
교사라면 아이들에게 설문을 받아서 '학기 말 학급 퀴즈대회'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다른 직장에서도 가능한 선에서 해보면 그 자체로도 행복한 추억을 나눠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스몰 토크'는 흔히 잡담, 수다, 가벼운 대화로 번역되지만 나는 '한담(閑談)'이 마음에 든다. 업무과 관련이 없어도 주고받는 한담이 서로를 친근하게 만들고 소속감을 높여주면서 불필요한 갈등도 막아준다.
퀴즈대회 같은 행사가 두고두고 '스몰 토크'에 화제를 제공해 줘서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하게 되면 "내년에도 꼭 해요"라는 말이 들려올 것이다. 우리 학교도 그렇다. ^^ (맨 아래 예전에 올린 '교직원 퀴즈대잔치' 글을 첨부하니 그것도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