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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민수샘 Oct 13. 2024

한강은 우크라이나를 지나 팔레스타인까지 흐른다

-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의미를 생각해 봄

  유일한 휴전 국가에서 첫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한반도 남쪽에서 벌어진 역사적 비극을 문장으로 옮기며 한강 작가는 거의 매일 울었다고 한다.


  아버지 한승원 작가는 돼지를 잡아 마을잔치를 열려고 했다가 취소했다. 한강 작가가 "지금 세계 두 곳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데, 축하 잔치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큰 전쟁이 일어나서 사람이 쓰러지고 있는데, 노벨 문학상 수상을 즐겨서 되겠냐고 했다고 전했다.


  우리의 한강은 우크라이나를 지나 팔레스타인까지 흐르고 있었다. 소수의 권력가, 자본가를 위한 전쟁이 화려한 불꽃놀이가 되어 세계로 중계될 때 한강 작가는 4.3 민중항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처참하게 학살당한 이들을 떠올리며 다시 울음을 삼켰을 것이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어렵게 구입해서 돌아가는 이들의 발걸음 넘어 뉴스 전광판은 오늘도 전쟁 중이다. 우크라이나 평원에선 드론이 어린 병사의 머리 위로 폭탄을 떨어뜨리고, 가자 지구와 레바논의 아파트에 미사일이 명중해 엄마와 어린 자녀가 신음도 내지 못한 채 돌무더미 무덤에 갇히고 있다.



  한강 작가는 수상 소감을 밝히는 인터뷰도 거절했다. 12월 스웨덴에서 노벨 문학상 수락 연설을 할 때 자신의 소감을 밝힌다고 한다. 아마 노벨 문학상 심사 위원들도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전쟁이란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 학살을 떠올렸을 것 같다. 잔혹한 학살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기름진 입들을 보며 한강 작가처럼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수락 연설문을 준비하는 한강 작가의 마음은 다시 얼마나 무겁고 아플까? 그 마음의 몇백, 몇천 분의 일이라도 나눠갖고 싶은 심정이다. 노인, 여성과 어린이까지 작전상 불가피한 희생으로 치부하는 현대 전쟁의 참상이 너무 보기 힘들고 때론 구역질까지 나겠지만, 최대한 직시하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그것이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을 모국어로 읽고 있는 우리의 작은 의무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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