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명을 맡는다 치면 개중 열 명은 알아서 대학에 가고, 개중 열 명은 알아서 안 가거나 못 가고, 남은 열 명 남짓만 일 년 동안 얼굴을 보며 참견도 하고 그런다.
마지막 학력평가를 보러 온 아이들이 안쓰럽다가도 다음날에 비밀요원처럼 사라져서 출석부에는 다시 한숨만 쌓이고, 법원도 세무서도 아닌데 엄중한 문자만 날린다.
그렇게 수능이 끝나고 겨울이 오면 쨍한 하늘에 어떤 낌새도 없이 떨어지는 눈발처럼 개중 몇 명이 전하는 반가운 소식들.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라는 문구가 자동 완성처럼 보여도 코끝이 시려진다.
그래서 새봄이 올 때까지 고3 담임들은 계속 고민한다.
나는 올해 몇 명의 담임이었나, 잠시라도 기댈 수 있는 담 같은 임이었나?
눈을 감아도 보이는 구름 그림자처럼 아이들 사이로 흘러 여기까지 왔을까…
- 올해 고3 담임은 아니지만, 2024년 마지막 학력평가 감독을 하다가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몇 해 전 담임을 맡았던 고3 아이들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교실은 꽉 찼지만, 마음은 텅 빈 것 같았다. 교사와 아이들을 계속 어긋나게 만드는이 힘든 시간을 언제까지 견디어야 할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