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수샘의 장이불재 Nov 01. 2024

수능 D-13, 13명의 아이들이 질주하오

- 이상의 <오감도>를 빌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수능 D-13, 어디에나 있는 고3 교실.

13명의 아이가 침묵하는 질주를 보고 있소.


의자 네 개를 붙여놓고 아기처럼 자고 있는 제1의 남자아이

의자 세 개를 붙여놓고 모포 속으로 사라진 제2의 여자아이

왼손에 핸드폰, 오른손엔 태블릿을 들고 스케치하는 제3의 아이

고개를 돌리고 엎드려서 허공을 응시하는 제4의 아이

헤드폰을 쓰고 무엇과 싸우고 있는 제5의 아이

책상을 벽에 붙이고 뒷모습만 보이는 제6의 아이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쓰고 무언가 중얼거리는 제7의 아이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보며 웃음을 참는 제8의 아이

수능 완성 문제집을 풀고 있는, 아직은 미완성인 제9의 아이

과자를 우아하게 하나씩 꺼내 먹는 제10의 아이

이제 곧 미인정 조퇴를 할 제11의 아이

결석일수가 남지 않아 붙들려 있는 제12의 아이

그런 친구들을 관조하며 도를 닦고 있는 제13의 아이


13인의 아이 중에 무서운 아이와 무서워하는 아이가 1인도 없는 게 제일 무섭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작가의 이전글 호불호가 갈리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위한 변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