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아시다시피(?) 우치다 타츠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인 작가이다. 여기에 여러 번 북리뷰를 썼고, 다른 선생님들과 일본에 가서 직접 뵙고 오기도 했다. 여러 분야의 글 중에서도 교육과 배움,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고 찌릿찌릿한 영감을 많이 받았다. 강연을 듣는 듯한 대화체와 '~입니다'의 어투도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혹시 나와 같은 영적 체험(?)을 원하시면 <하류지향>, <스승은 있다>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지금은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를 읽고 있는데, 역시 뻔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우치다 선생님답게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다. 이 책은 퇴임 전 마지막 강의를 엮은 책으로, 저자 스스로 문학과 언어에 관해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의 종합이라고 밝히고 있다.
책 뒤표지에 있는 것처럼 재미있고, 독자에게 사랑받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른 능력보다도 '독자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의의 제목인 '창조적 글쓰기'처럼 창조적인 주장이다. 왜 글을 써야 하고,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쓰는지에 관해 매뉴얼을 제시하는 비슷비슷한 책들이 서점을 점령하고 있는 현실에서 참 반가운 책이다.
독자에 대한 경의와 사랑은 기술이기도 하고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우치다 선생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이 원인과 결과가 바뀌어 있다고 자주 말해왔다. 그렇다면 글을 잘 써서 독자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사랑하니까 글을 잘 쓰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독자에게 영합하는 글을 만나면 속이 메슥거린다고 실토한다. 그런 글에 대한 우치다 선생님의 견해를 읽어 보자.
이런 글쓰기는 '합격점을 받기 위해 이렇게 공부했다고 보여주는 리포트'와 실은 동류의 언어활동입니다. 독자를 우습게 여기거나 싫어하는 것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독자를 싫어하는 저자가 있습니다. '이런 글을 쓰면 좋아하겠지?' 하고 엷은 미소를 띠는 사람이 전문 작가 중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글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독자를 바보로 아는 책'을 사는 사람은 학창 시절에 '교사를 얕보고 합격 최저점을 받는 리포트'를 쓴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필시 초록동색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독자에 대한 사랑이 충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나의 문체를 고집하면서 필자 자신을 향한 글을 쓰지 말 것, 단일화된 인격이 내는 목소리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기 안에 있는 다양한 인격의 목소리를 독자에 맞춰서 끌어낼 것, 결국 '타자에게 전하는 말'은 '자기 안에 있는 타자에게 전하는 말'임을 알아챌 것을 강조한다.
이런 견해가 알쏭달쏭하다면 직접 책에서 확인하면 좋겠다. 이런 알쏭달쏭함 때문에 우치다 타츠루의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계속 소장하고 싶다. (아, 나는 우치다 선생님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ㅎㅎ)
- 다음 글에서는 리터러시에 관한 우치다 선생님의 창조적 이야기를 더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