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옥중서신>에서 발견한 믿음의 의지

by 글쓰는 민수샘

12월 마지막 일요일 아침에 발생한 항공기 참사를 접하고 힘든 하루를 보냈다. 179명의 국민이 사랑하는 사람과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세상을 떠나다니... 직장에 출근하고 나서도 우울한 마음에 뭘 해도 집중이 안 됐다. 그러다 문득 김대중 대통령이 떠올랐다. 광주, 전남 지역의 희생자가 많아서 그랬을까...


김대중 대통령은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해 11월 하순이 돼서야 사형수에게 베푸는 선심으로 편지 왕래를 허락받았다.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를 책으로 묶은 <옥중서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절망을 믿음으로 극복한 과정을 발견했다.


“지난 5월 17일 이래 우리 집안이 겪어온 엄청난 시련은 우리가 일생을 두고 겪은 모든 것을 합친다 해도 이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 나는 지금까지 나 자신이 어느 정도의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내다보는 한계상황 속에서의 자기 실존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믿음 속의 그것인가 하는 것을 매일같이 체험하고 있습니다. (…) 나는 수많은 갈등과 방황 속에서 ‘믿음이란 느낌이나 지식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의 결단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며, 이러한 의지의 결단은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오직 눈을 우리 주님께 고정시키고 흔들리지 않도록 성신께서 도와주시도록 기구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감옥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공포와 절망적인 외부 환경에 지배당했다면 민주 진영의 패배를 인정하고 전두환 세력에게 굴복했을 수 있다. 그러나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믿음이란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의 결단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철회했다. 그리고 80년 서울의 봄이 좌절되고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이 학살되었지만, 다시 한번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회복했다. 독재 권력의 힘이 아무리 강하고 외부 환경이 어려워도 '불의는 반드시 패배한다'라는 의지를 꺾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고 결단한 것이다.


이번 항공사고의 아픔의 치유하고 12.3 내란 사태 이후의 혼란함을 극복하는 길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하루하루 변하는 현상에 대한 느낌에 흔들리고, 머리로만 배운 기존 지식에 매달리는 것보다 의식적으로, 자발적으로 희망을 발견하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절망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결단'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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