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지 못할 12월이 간다. 2024년 마지막 날 밤, 조용히 불러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따뜻한 청주를 따라주면서 그날 밤 이후로 내란성 불면증에, 안구 건조증에, 화병이 나서 너무 힘들었다고 칭얼대고 싶다. 가만히 듣고 있는 그에게 고백도 하고 싶다. "그래도 고마워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구절을 외우며 그날 밤 달려간 사람이 많았을 거예요. 아마 군인들도 이 구절을 떠올리며 망설였을 거예요."
그러면 그는 씨익 웃으며 술 한 잔 따라주고 시 한 편을 읽어주겠지. 체포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썼던 시, 교도소에 갇혀 겨우겨우 기억을 더듬어 타들어 가는 목소리로 읊조리던 시를 들려주겠지. 그토록 그리웠던 고향의 봄, 그토록 살고 싶었던 아름다운 조국의 봄을.
윤동주 전집을 덮고 여운을 느끼고 있는 내게 점점 멀어지는 윤동주 시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래, 너희들이 다시 만들어봐. 삼동이 가고 봄이 오면 내가 진짜로 살고 싶었던 멋진 나라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