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읽고 아이들이 사랑하는 생활을 쓴다.
내가 어린 아들의 정수리 냄새 맡기를 좋아했듯
자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감각을 말한다.
내가 정수리 냄새를 맡으며 아들이 건강하게 크고 있는 걸 확인했듯이
아이들도 저마다의 감각에 담긴 의미를 길어 낸다.
- 엄마의 냄새를 맡으면 따뜻하고 포근하고 너무 익숙해서 안정감이 든다.
- 할머니 집 보리차를 좋아한다. 그 고소한 맛은 할머니만 낼 수 있기 때문.
- 동생의 말소리를 좋아한다. 어린 동생의 말소리는 물방울같이 또랑또랑 한 소리가 나서 나를 뿌듯하게 만든다.
- 나는 우리 집 강아지의 신난 모습을 좋아한다. 프로펠러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강아지의 꼬리를 보면 나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같이 흔들고 싶을 정도로 신난다.
- 나는 택배 오는 소리가 좋다. 내가 듣는 쿵 소리 중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불꽃처럼 열정적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 정각의 시계탑 종소리를 좋아한다. 틀림없는 그 시간에 울리는 규칙적인 소리가 나의 마음을 울린다.
- 나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좋아한다. 나뭇잎을 뚫고 내 눈동자로 들어오는 투명하고도 따뜻한 햇살 아래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싶다.
- 나는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좋다. 구름이 낀 하늘에서 구름이 갠다면 그다음에 오는 맑은 하늘을 보는 것을 자연스레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 나는 가을 나무를 좋아한다. 형형색색의 나무를 보고 있으면 나의 마음도 풍성해지는 것 같다.
고작 오지선다로 아이들의 감상을 평가하고
겨우 500자로 배움을 기록하는 문학 선생님이지만
아이들이 사랑하는 생활을 읽고 느끼고 전하고 응원하는 짝사랑이 좋다.
끝나가는 것이 점점 아쉬워지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