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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등을 보며 달리기

by 글쓰는 민수샘

아이가 꼬마였을 땐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 가고 박물관 가고 놀이 공원에 갔다. 아이가 크면서 옆자리에 태우고 인라인스케이트장에 가고 축구장에 가고 배스를 잡으러 저수지에 갔다.


스무 살이 넘어 아이가 아닌 아이를 뒷자리에 모시고 주말 아침이면 마라톤 대회에 간다. 탄천종합운동장에 가고 광화문에 가고 여의도 공원에 간다. 아이가 출발하는 모습을 찍고 나면 러너들이 빠져나간 운동장을 돌며 경품 사냥을 하고 거리를 산책하며 꽃향기도 맡는다. 집을 나설 때의 피곤함과 짜증이 날아간다.


그러다 아이가 도착하는 장면을 영상에 담는다. 아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코스 이야기, 기록에 대한 아쉬움을 쏟아낸다. 물을 챙겨주고 아이가 받아 온 기념 메달을 구경하고 간식도 탐한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한다. 마라톤 대회가 또 있으면 아이를 따라 더 멀리 가고 싶다고. 나도 러닝화를 신고 아이와 같이 출발하고 싶다고. 이제는 허전해진 두 손을 힘차게 흔들며 아이의 등을 보며 나의 황혼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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