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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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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괴왕 May 06. 2019

요즘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하는 일


1.

원래 욕쟁이었는데 몇 년 간 교호양 있어 보이게 욕을 참고 살다가 요즘 다시 걸걸하게 뱉고 다닌다. 욕 할 때랑 안 할 때랑 마음 상태가 확연히 다르다. 욕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한테 당당하게 말했다. 니가 아직 욕 나올 상황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ㅠ 응팔에서 택이가 욕 처음 하던 장면이 괜히 나왔을까. 세상엔 분명히 X발 X 같은 인간이나 상황이 있고, 저 말이 아닌 다른 것으로 그걸 표현하는 순간부터 속은 곪기 시작하는 거다. 난 당분간 듣는 사람 배려 같은 건 안 하기로 했다.


2.

나도 남이 욕하는 게 듣기 싫다. 근데 이제 입이 걸걸한 사람을 보면 사는 게 진짜 X 같구나 하고 응원하게 된다. 왜냐면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사는 게 너무 버겁다. 하루를 어떻게 꾸역꾸역 행복하고 나면 자기 전에 미뤄둔 걱정과 불안이 몰아친다. 몇 시간을 뜬 눈으로 있다가 두통이 올 때쯤 겨우 눈을 붙인다. 사실 이건 몇 달 전까지 그랬고 요즘은 불안이 찾아온다 싶으면 혼자 조용히 욕을 읊조린다. 그러면 걱정과 불안이 분노로 치환되고 욕과 함께 배출된다. 그러면 조금씩 잠이 오기 시작한다.


3.

상황에 대한 욕보다는 사람에게 하는 욕이 더 많다. 최근에 나는 정말 주먹으로 아구창(‘입’을 가리키는 방언, 속어)을 갈기고 싶은 인간을 두어 명 만났다. 한놈과는 진즉에 이별했지만 다른 한놈과 갈라지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근에 내 입에서 나온 욕의 8할은 그놈 몫이다. 걘 자기한텐 너그럽고 남한테 엄격했으며 늘 가르치려 들고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마치 트집을 인간화했달까... 어찌됐건 아구창을 갈기는 것 보다 안 보이는데서 쌍욕을 하는 것이 걔한테도 나한테도 좋을 것이다. 걘 아마 오래 살 것. 지금도 충분히 오래 살았지만.


4.

가끔 욕을 하고 싶지만 욕을 할 수 없는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인데 사랑하는 가족과 가벼운^^ 다툼을 했을 때다. 나는 우리 가족을 정말 사랑하고 우리가 싸운 시간조차 귀중하다고 여기기에 사람도 상황도 욕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구조주의적인 욕을 하기로 한다. 가부장제 이 쓰이발족같은호로잡놈새끼야.


5.

이걸 읽기로 했다. 내 욕은 정당하다.


6. 욕을 마땅히 써야 하는 사례(생각나는 대로 추가할 예정)

- 취업시장 X 같다(이건 절대 다른 말로 대체해선 안됨)

- X발 자소서(혹은 면접)에서 이런 걸 왜 물어봐 미친 X끼들이

- 걔(내가 생각했을 때 잘생기지도 않고 인성도 별로인 애)가 잘생겼다니 뭔 개소리야 너 대가리가 어떻게 됐니?(혹은 쳐돌았니?)

- 개 X만 한 X끼가 나만 보면 시비트고 지랄이야(진짜로 시비 거는 놈한테만 써야 함 남도 인정할 정도로) 등등

- X까 X발 지랄할거면 돈 내고 하라 그래(외모 품평 당했을 때, 취향을 존중받지 못했을 때)





후후 자체 검열은 했지만 이 글을 쓰고 나니까 잠이 솔솔 온다. 모두에게 욕할 일 없는 밤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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