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사퇴하세요.

by 한솔


영화시장에서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힘

영화 시장에서 다큐멘터리로 흥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배급사에 밀려 상영 해주는 영화관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영화 <졸업>은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 장편상에 빛나는 영예의 작품이다. 독립영화, 그리고 다큐 … 비리재단의 복귀를 막기 위해 개인이, 영화 속 주인공인 대학생들이 직접 시위를 주도하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제 몸을 희생하는 모습 … 어쩐지 낯설지 않다. 영화 <졸업>에서는 대학생들이 체감중인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선서에 보이는 부정부패 권력과 민낯을 부끄럽도록 드러낸다.


1.jpg

<졸업>은 픽션으로 그려진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속 배경으로 그려진 상지대학교는 김문기 전 이사장의 비리로 얼룩진 사학재단(구재단)의 민낯이었으며, 재단의 파행운영이 보여주는 대한민국 사학 현실의 부끄러움이었다. 1년, 2년도 아닌 10년간의 부정부패를 대학이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 수 있는가. 내가 입학했던 2014년은 데모의 마지노선이었다. 학교의 학생들은 부패의 썩은내를 맡고, 일어나고 맞서싸웠다. 상지대 뿐만이 아니라 각 대학교에서도 반기의 깃발을 들고 일어났다. 우리 대학만 보더라도 총장실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일만큼 교육계의 굵직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 해였다. 무심한 사람들에겐 자극적인 뉴스였던 시위가 누군가에겐 사활을 걸 만큼 중요한 일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3.jpg

10년간의 여정 속 투쟁과 사투, 청춘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주는 분노 … 영화가 보여주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썩어빠진 뿌리? 기울어져 가는 목대? 짓이겨지는 서민들? … 영화 후반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전종완 전 학생회장의 처절한 울부짖음과, 도로 위에 주저앉은 이승현 전 학생회장의 절규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었는가. 권력 앞에 스러지지 않는, 주도적인 수업을 거부하는 교수와 학생들, 현실을 뒤로 한채 때마다 급급히 떠나기 바쁜 이사진들, 졸업연설에서 흩뿌려는 비리 폭로와 함성 …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동안이나,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이 사회적 현실에 주인공이었으며 대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4.jpg

사회복지영화제 … 운이 좋게도 영화를 접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영화제의 스케치를 담으러 갔다가, 오랫동안 불편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피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픽션으로 그려진 세상은 스크린이 꺼짐과 동시에 벗어날 수 있을지라도, 현실에서 일어난 듯 생생한 다큐멘터리는 삶 깊숙히 박혀 사회적 의식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읽어야 하고, 봐야만 하는 메세지가 있다. <졸업>은 단순히 지루한, 그저 그런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관객에게 무조건적인 감동과 분노를 조장하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사학의 이정표임과 동시에 우리사회가 봐야할 길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6.jpg

10년의 촬영과 5TB의 촬영영상을 끝으로, 비리는 막을 내렸으며 학교는 정상화되었다.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고, 교수들은 바뀌었고, 1유형 대학으로 돌아오며 신입생들의 입지는 단단해졌다. 하나, 19년 6월에 들어서고, 구재단이 복귀를 준비하는 낌새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아직도 '뒷처리'에 급급하고 얼마전까지도 재판은 이어졌다.… 카메라를 들었던 박주환 감독, 화면과 현실 속에 공존했던 학생회장들, 모두 졸업했다. 학사모를 썼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졸업장을 받았다. 이제 누가 카메라를 이어받을 것인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