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불안한 휴머니스트 굴비씨
Jul 19. 2023
벨루가라는 동물이 있다
돌고래를 닮아 미소가 아름다운
이 흰 포유류는
사람을 잘 따랐기에 남획되어
이곳저곳
팔려 다니는 신세를
면키 힘들었으리라
오늘, 신문에서 읽게 된
하얀 벨루가 녀석에 대한
기사도 시작은 그러했다
러시아의 해양연구소에 잡혀
수년을 살다가
다시 중국 동물원에 팔려간 지
10여 년, 그리고도 여러 달
수없이 반복되는 해양 쇼를
노역하던 녀석은
세계 동물 구호 어쩌고 하는
협회의 도움으로
바다로 돌아간다 했다
외국 기사를
베껴 오기 민망했던지
기자는 벨루가가 사진 속에서
그가 웃고 있다며
되도 않을 사족을 달고 있었다
문득 <장자>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다리 아래 물고기의 즐거움이
부럽다던 친구에게
장자는 시니컬하게 내뱉었다
"그대는 물고기가 되어본 적도 없는데
지금 그들이 기쁜지, 즐거운지 어찌 아는가
당신의 마음으로 어찌 그들을 함부로 재단하는가"
과히 두 이야기가 같아 보였다
각설하고
그 짤막한 해외토픽은
그저 1분간의 미담으로 그칠 일이었다
허나, 그리 되지 못하고
이와 같이 주절거리는 글로 화한 까닭은
다음과 같은 댓글 때문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채 10년을
살지 않는 세상인데, 저 녀석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10년 하고도 여러 달을
매일같이 일해야 했단 말인가"
그 말에 어안이 멍해져 왔다
그리고 이 순간의 감정을 조금은 더
그래 좀 더 오래 기억에 담고자
글을 쓰려했던 참이었다
그대여
윤회가 있다면
다시는 이 세상에 돌아오지 마시길
오랜 시간
天刑을 견디지 않았던가
제발 사람이 되어
지옥도 속에 내려앉지 않기를
바닷속으로 깊고 깊게 들어가시게
웃은 얼굴로 태어난 게
죄라 한다면
무슨 말을 더 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