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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벨루가에게

벨루가라는 동물이 있다

돌고래를 닮아 미소가 아름다운

이 흰 포유류는

사람을 잘 따랐기에 남획되어

이곳저곳

팔려 다니는 신세를

면키 힘들었으리라


오늘, 신문에서 읽게 된

하얀 벨루가 녀석에 대한

기사도 시작은 그러했다


러시아의 해양연구소에 잡혀

수년을 살다가

다시 중국 동물원에 팔려간 지

10여 년, 그리고도 여러 달


수없이 반복되는 해양 쇼를

노역하던 녀석은

세계 동물 구호 어쩌고 하는

협회의 도움으로

바다로 돌아간다 했다


외국 기사를

베껴 오기 민망했던지

기자는 벨루가가 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며 

도 않을 사족을 달고 있었다

문득 <장자>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다리 아래 물고기의 즐거움이

부럽다던 친구에게

장자는 시니컬하게 내뱉었다

"그대는 물고기가 되어본 적도 없는데

지금 그들이 기쁜지, 즐거운지 어찌 아는가

당신의 마음으로 어찌 그들을 함부로 재단하는가"

과히 두 이야기가 같아 보였


각설하고

그 짤막한 해외토픽은

그저 1분간의 미담으로 그칠 일이었다


허나, 그리 되지 못하고

이와 같이 주절거리는 글로 화한 까닭은

다음과 같은 댓글 때문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채 10년을

살지 않는 세상인데, 저 녀석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10년 하고도 여러 달을

매일같이 해야 했단 말인가"

그 말에 어안이 해져 왔다


그리고 이 순간의 감정을 조금은 더

그래 좀 더 오래 기억에 담고자

글을 쓰려했던 참이었다


그대여

윤회가 있다면

다시는 이 세상에 돌아오지 마시길

오랜 시간

天刑을 견디지 않았던가

제발 사람이 되어

지옥도 속에 내려앉지 않기를


바닷속으로 깊고 깊게 들어가시게

웃은 얼굴로 태어난 게

죄라 한다면

무슨 말을 더 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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