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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운동화

어릴 적

국민학교 시절

월요일이면

왜 운동장에

모여야 했는지요


오와 열을

맞추지 못했다며

감점 스티커를 주던

배바지 체육선생


그보다

월요일이

싫었던 까닭은


닳고 빠진

운동화 터진 솔기와

문드러진 밑창을

보이기 싫었기에


어떻게든

뒤로 서려했으나

쉽진 않았더랬지


에어조단을 샀다는

어떤 녀석


나는 끝내

녀석의 신발을

쳐다보지 않았었네


바라보면 지는 거라고

속으로 되뇌곤

또다시 구멍 난

실내화를 신고


종례시간

담임이 말했지

사납금 안 낸 사람

000 이 얼른 내라

행정실로


50명의 아이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네


어머니께

용지를 들이밀고

들이밀어

백 원짜리까지 받아 모아

행정실 직원을 찾아가지


그는 왜 나에게

삿대질을 하였으며

또 무슨 험한 말을

하였던가


그 시절

행정직원과

독촉하던 담임과

새 운동화를 자랑하던

부잣집 아이는

30년이 지나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으랴


어머니는

아들의 모습을 보시곤

얼마나 눈시울을 흘리셨을까


봉투에 담아주시던

백 원짜리를 밤새

어떻게 모으셨던지

감당도 되지 않는

시절이었네


훈화 말씀이 길어질수록

운동화로 쓰던 글씨와

서걱이던 모래 질감을

아직 몸이 기억하네


발 끝이 추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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