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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현 Jan 27. 2022

45) 다 함께 돌자 초당 한 바퀴

- 강릉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4부)

 “여러분 인스타 업로드는 몇 시에 할까요?”

 “빨리 해요~~”

 “인스타에 올리는 글은 각자 넣는 건가요?

 “아 전 어제 간단히 스토리로 올렸는데...” 

 "저도 스토리에 올렸습니다! 사진만 통일하고 내용은 각자 올리기로 할까요?!"


 매장을 열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의 일이다. 매일 집과 근무지를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하루는 다른 방식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 동네를 걸었다. 초당원길부터 시작해서 허균 허난설헌 생가를 한 바퀴 돌고, 흑임자 라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툇마루’까지 간 다음에 다시 난설헌로와 강릉대로 길을 지나 그대로 매장으로 출근했다.


 초당은 순두부라는 특출 난 먹거리를 지녔기 때문인지 연일 관광객이 몰린다. 그날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순두부 가게 거리는 자동차와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거기다 몇 년 전부터 흑임자 라떼로 유명세를 탄 '카페 툇마루'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서면서 초당을 찾는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러다 보니 이 둘을 중심으로 음식점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불과 1~2년 만에 한옥으로 꾸민 스테이크 가게, 회덮밥을 주무기로 한 일식당, 멕시칸 요릿집,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꾸민 중식당, 구옥 한옥을 리모델링한 라멘 가게, 심야식당 등 각자 개성을 지닌 가게가 초당 곳곳에 생겼다. 동네 분위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퍼뜩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다양한 식당이 생기는 것처럼 초당에 여러 문화 공간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람들도 더 즐겁게 동네를 즐길 수 있을 텐데.' 


 사실 음식점이 들어서는 속도만큼은 아니지만 초당 곳곳에 볼거리 공간도 천천히 늘어갔다. 허균 허난설헌 생가터, 순두부 제조 과정을 그린 벽화, 야구 명문고 강릉고, 초당 성당처럼 기존의 명소 외에도 영세업자가 차린 볼거리&체험 공간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었다. 우리를 포함해 편집샵, 화랑, 목공방, 공방, 파티 샵, 사진관 등 말이다. 가게 오픈을 준비하는 내내 이 업체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우리 동네 지도를 만들어 이들을 하나로 모으면 어떨까?!”


 괜찮은 방법 같았다. 다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하나도 감이 안 잡혔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고자 커피를 들고 이웃한 편집샵 '메종고니'를 찾았다. 메종고니는 우리보다 2달 먼저 개업한 편집 샵이다. 개업 초기에 우리 가게로 찾아와서 인사를 나눴는데, 강릉으로 이주해 오고 초당에 매장을 둔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금세 친해졌다. 게다가 우리 둘 다 마을 공동체라든지 문화 공간 조성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기에 문화 공간 가게들을 모으는 일에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더  싶었다. 우리보다 경험도 많고, 지닌 정보도 많았기 때문이다. 메종고니 남자 사장님께 '초당동 문화 공간 소개하기'에 대해 이야기하자, 손에 쥔 프린트 한 뭉치를 내게 내밀었다. 도시재생 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주민 공모사업 공고였다. "마침 기관에서 주민들 대상으로 공모사업을 진행하네요. 한 번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이런 게 있었군요. 네 좋습니다. 같이 한 번 해볼까요?"


 가장 먼저 한 일은 문화공간으로 소개할만한 업체를 선정하는 작업이었다.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곳도 가능했으나, 관광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니만큼 문화 공간이나 체험이 가능한 장소여야 했다. 새로 생긴 곳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운영해온 업체도 하나하나 검색하면서 장소를 추렸다. 그다음 진행한 일은 설득이었다. '초당동 문화 공간 소개하기' 사업은 이번에 처음 기획한 거니까. 아무런 비전도 없이 자료도 없이 대뜸 "이번에 문화 공간을 운영하는 업체들끼리 한 번 모을까 하는데 같이 하시겠어요?"라고 말하면 한 칼에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다. 낯설어하고 경계하는 사람들을 위해 A4용지 2장 분량의 기획서를 만들어 일일이 전달했다. 


 그 결과 총 10 업체가 모였다. 6~7 업체 정도 참가하리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이 정도면 사람들에게 소개할 만큼의 수는 모은 듯하다. 그 무렵 도시재생 지원센터에 제출한 기획안도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200만 원의 예산을 받은 덕분에 지도 제작하는데 한결 부담을 덜었다. 이제부터는 지도 안에 세부내용을 세울 차례이다. 매달마다 모임을 가지며 이야기를 구체화해 나갔다. 코로나 방역 지침으로 5인 이하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지면 단톡방으로 대화를 나눴다.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항목별로 조목조목  살폈다. 편집샵 메종고니에서는 <다 함께 돌자 초당 한 바퀴>이라는 깜찍한 기획명과 일러스트 제작을,  사진관 그날이후에서는 SNS에 업로드용 사진 수정과 홍보수단에 관한 이야기를, 목공방 웨이브우드에서는 스탬프 투어와 기념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갤러리 초당과 찻집&한옥 스테이 명유당에서도 홍보문구, 노선도와 완주증에 대해 제안했다. 다들 자기 일처럼 기획에 매진한 덕분에 작업은 일사천리로 뻗어 나갔다.


 7월 초, 기념품인 엽서, 스티커와 함께 주문 제작한 지도가 도착했다. 스탬프 투어에 사용할 도장과 인주는 2주 전에 배달돼 각 업체로 전달한 상태였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업체마다 지도를 500부씩 나눠 가지면서 홍보를 준비했다. 동일한 사진, 동일한 문구를 오후 3시에 일제히 업로드할 예정이다. 그날이후 사장님께서 소개해주신 SNS 홍보업체한테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볼 시간대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드디어 그동안의 작업한 결과물이 결심을 맺을 순간이다. 시곗바늘이 째깍째깍 돌아가더니 이윽고 3시에 딱 멈췄다. 참가하는 업체가 다 같이 게시물을 업로드했다. 3달 동안 준비한 기획이 우리 손을 떠나는 순간이다. 우리의 기획이 사람들에게 어떤 파장을 미칠까? 부디동네를 너머 강릉 전체에 활력이 돌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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