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 나의 변신 묘약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직장인으로서 나에게, 매일 회사 근처 음식점을 뒤적이며 먹을거리를 찾는 일이 한때는 귀찮은 숙젯거리로 느껴졌다. 배 속에 들어가면 뭉개지고 다져져 뭐가 뭔지 모를 것들인데, 시간 낭비, 돈 낭비하는 게 아닐까 싶었던 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그 생각이 달라졌다. 음식이 나를 변신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말이다.
‘짜장면’은 요즘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 메뉴다. 나이가 든 탓인지 먹고 나면 예전보다 속이 더부룩하고 눈이 슬슬 감긴다. 앉아서 일하는 나에겐 주의가 필요한 음식이다. 그럼에도 ‘짜장면’을 먹고 싶을 때가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다시 두근거리고 싶을 때’, 그리고 또 한 번은 ‘내가 아빠라는 걸 기억하고 싶을 때’다.
첫 번째는 친구와 단둘이 간 첫 음식점에서의 기억 때문이다. 7~8살 때쯤, 친구와 놀고 있던 어느 날, 엄마가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오라며 700원을 주셨다. 둘이서? 친구들끼리 곧잘 돌아다녔지만 어른 없이 음식점을 가는 건 처음이었다. 긴장한 탓에 주문하는 목소리도 뭔가 어색하고, 먹는 중에도 계산하는 사람들만 쳐다봤다. 다 먹고, 그 사람들처럼 계산대 앞에서 700원을 꺼냈다. 그런데 내 친구는 1,000원짜리를 꺼냈다. 그리고 중국집 아저씨는 짜장면 한 그릇이 600원이라고 했다. 어! 아? 나도, 친구도 당황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게 500원을 다시 나에게 주며 다 됐다고 했다. 엄마가 700원이라던 짜장면을 먹었는데 내 손에 500원이 남았다. 뭔가 찜찜했다. 그리고 중국집을 나와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그 500원이 나에게 없다는 걸 알았다. 둘이 서서 온몸을 다 뒤졌지만 없었다. 둘 다 울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린 정신을 차리고 냉철하게 생각했다.
‘그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500원이 사라질 리 없다!’
우리의 확신은 아저씨가 우리를 속였다는 더 강한 확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중국집에 다시 가서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500원 안 주셨어요!”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순간 나는 느꼈다. 내가 틀렸다는 걸. 그럼에도 아저씨는 우리와 함께 잃어버린 500원을 같이 찾으려 했고, 점점 진실을 인정하게 된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쯤 아저씨가 계산대에서 500원을 꺼내 주셨다. 착한 중국집 아저씨, 어리숙한 단짝 친구, 부끄러운 내가 모여 만든, 그날의 이야기에 ‘앞으로 펼쳐질 세상’이 모두 담겨 있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우리들의 새로운 이야기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는 것도.
두 번째도 어렸을 적 이야기다. 형제가 많던 우리 집에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누구까지가 어린이인가는 논쟁거리였다. 어린이만 선물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의 어린이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던 오후에 엄마가 나만 조용히 불러내서 짜장면 집에 데려갔다. 나랑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던 누나는 두고 말이다. 그리고 짜장면을 먹는 내내 몇 번이고 엄마가 나에게 얘기했다.
“누나한테는 얘기하지 마. 너는 아직 어린이니까 먹는 거야.”
그리고 엄마를 앞에 두고 나만 짜장면을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자식들에게 미안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냥 그렇게 복잡한 마음이 부모인 것 같다. 그리고 자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을 이해할 나이가 되니, 짜장면을 먹는 내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 안에 그때의 엄마가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혼자 중얼댄다.
‘이제 나도 어른이 됐어요. 엄마.’
아내에게 받은 [우리 집 짜장면 레시피]
“짜장면 레시피 좀 알려 주면 안 될까?”
“집에서 짜장면 잘 안 해 먹잖아.”
“예전에 한 번 했잖아.”
“그냥 카레랑 똑같이 한 건데.”
1. 양파, 호박, 감자, 돼지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썰어 놓은 재료에 후추, 다진 마늘을 넣어서 볶는다.
3. 물을 넣어 재료가 익을 때까지 끓이다가 짜장 가루를 넣어서 끓인다.
4. 완성된 짜장을 준비한 면 위에 얹으면 끝!
글: Editor Gu
최고로 맛있는 짜장면을 향한
사자머리 우사인 볼트의 질주가 시작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맛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짜장면에 대해 말합니다. 며칠 전부터 고대하던 기대감으로 잘 숙성된 밀가루를 두근두근 가슴 뛰는 긴장감으로 반죽한 다음, 혼신의 힘을 다한 달리기를 통한 열정과 노력으로 뽑아낸 면에 엄마, 아빠의 따뜻한 마음으로 양념이 된 짜장면!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넘어졌을 때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아쉬운 마음도 한 방울 들어가 있겠지요. 『짜장면』은 이 특별한 맛을 낼 수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라고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