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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띄우는 편지 - 2023년에는 봄이 있었대

by 고래뱃속
2023년에는 봄이 있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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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추운 겨울이 끝나고 드디어 오늘 봄비가 내렸어.

마음이 살랑거리고 살짝 들뜬 기분으로

집을 나와서 산책을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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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새 한 쌍이 나무에 둥지를 틀고 작은 알을 낳았는데,

자세히 보니 둥지를 만든 나뭇가지들엔 플라스틱이 섞여 있었어.

플라스틱 끈과 비닐로 둥지를 만들고, 알록달록한 빨대로 장식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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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새끼 개구리들도 있었는데,

연못에서 폴짝 뛰어오른 곳이 아스팔트 도로였어.

그래서인지 자전거나 자동차에 치인 청개구리들이 곳곳에 있었어.

그것들을 밟지 않으려 피하기 바빴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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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개울에서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는데,

가까이 갈수록 하수구 냄새가 코를 찌르더라고.

개울로 연결된 하수관에서 거품 가득한 생활하수가 나오고

물 위엔 쓰레기가 둥둥 떠 있었어.

물고기들은 그 사이로 입을 뻐금거리며 용케도 숨 쉬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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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쓰레기통 주변엔 마구 버린 쓰레기가 넘쳐 흩어져 있었어.

누가 버렸는지 참 공중도덕도 모르나 봐.

이런 건 빨리빨리 치워야 냄새도 안 나고 보기도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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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올해 내리는 봄비는 뭔가 이상한 것 같아.

알록달록 예쁘긴 한데 자연스럽지 않달까?
아무래도 이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다음에 또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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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글: Editor 그런가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정유진 글·그림|2021년 4월 12일| 22,000원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비가 내리고 나면
따뜻한 봄이 오겠지?
무채색의 세상을 깨우는, 알록달록한 비가 내린다. 아름다운 비가 나무에 닿으면 꽃이 발갛게 피어나고, 꽃향기에 취한 나비들은 보랏빛이 되고, 새들은 푸른색 옷을 입는다. 온 세상을 알록달록 물들이는 비는, 우리가 버린 온갖 오염 물질이 담긴 비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자연의 물질 순환을 타고 온 세상을 오염시키기 시작한다. 이젠 추운 겨울이 지나도 따뜻한 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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