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홀로 지내던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오월이 끝나 갈 무렵이었어
키우던 녀석이 삼 일째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어
시골 개들은 집 나가도 곧잘 돌아온다는 말과 함께
나는 전화를 끊었지만,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지
오랜만에 아버지를 찾아간 날 마당 한편의 네 집은 비어 있었고,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 들고 돌아온 밤이었어
작은 상에 마주 앉아 묵묵히 밥을 씹어 삼키는데
하루에 한 번, 너를 찾아 동네를 돌았다는 아버지
이만 원어치 시장 반찬에 반주를 기울이던
아버지는 네 집을 가리키며
저리 작아도 집은 집이라 비어버리니 허전하다고 하더라
마루 앞 작은 화단에는 빈 땅콩이나 과일 껍질이 굴러다니고
손으로 산모기를 잡다가 문득
저물어가는 노을 너머로 네 냄새가 난다는 아버지
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더 이상 너를 찾지 않았어
그저 가끔 모두가 잠든 새벽녘에
네 집 앞을 서성였지
어젯밤 꿈에서 마을 어귀와 과수원 주변 밭길, 방죽 너머까지
너를 찾아 배회하는 아버지를 봤어
홀로 빈 집에 돌아와 날 선 풀잎과 흙먼지에 까진 발을
찬물로 묵묵히 씻어내는 아버지
그리고 그 뒷모습을 멀리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너를.
글: Editor 영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낸
슬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연둣빛 이파리가 돋아나는 봄이 왔는데도 시우는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며 걷는다. 그 뒤로 갈색빛의 강아지가 멀찍이 떨어져서 시우를 따라간다. 시우가 하염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도 갈색 강아지는 시우가 맘에 드는지 졸졸 따라간다. 시우는 그런 갈색 강아지에게 점차 마음의 문을 연다. 그런 시우와 갈색 강아지의 옆에는 둘의 만남을 쭉 지켜보며 함께 걷고 있는 파란 개가 있다. 우울한 시우와 주인을 잃어버린 듯 시우만 하루 종일 쫓아다니는 갈색 강아지, 그리고 파란 개, 『정말 멋진 날이야』는 이 셋의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어느 멋진 날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