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디서 왔니?
많은 것들 사이에 있는 난,
그저 많은 것들 중에 하나였어.
그런데 누군가 나에게 물었어.
“넌 어디서 왔니?”
그때,
따뜻하고 포근했던 기억이 나의 온몸을 훑어 내며
잊고 있던 것들을 깨웠어.
어느 날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서 집을 나섰지.
엄마가 얘기해 준 것보다
세상은 훨씬 신비하고 흥미로웠어.
또 재밌고 즐거웠지.
그렇게 세상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어.
그렇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와버렸다는 건 알았지.
그리고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도.
난, 그저 잠깐
나갔다 오려 했는데….
“넌 어디서 왔니?”
“난… 엄마한테서 왔어.”
글: Editor GU
지금 내 품에 안긴 소중한 것들은
어떤 이야기를 간직한 채 이곳에 닿았을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어린 아기로 태어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자라면 안락한 품이 답답한 울타리로 변하고 그 너머를 꿈꾸게 되죠. 스스로의 힘으로 걷기 시작한 길의 초입에는 달뜬 호기심과 생기가 가득해 자꾸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다 길을 잃는 순간, 이미 너무도 멀리 와서 홀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고독한 길을 그래도 다시 걸어 나갈 수 있는 건 온전히 사랑받은 따뜻한 기억들 때문입니다. 이 밤, 아기 곰을 품에 안은 소녀에게도 먼 훗날 홀로 길을 떠날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무릎이 꺾이도록 힘이 드는 어느 날, 서로의 품에 안겨 완전하게 따뜻했던 이 순간을 기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