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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띄우는 편지 - 넌 어디서 왔니?

by 고래뱃속
넌 어디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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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들 사이에 있는 난,

그저 많은 것들 중에 하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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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누군가 나에게 물었어.

“넌 어디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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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따뜻하고 포근했던 기억이 나의 온몸을 훑어 내며
잊고 있던 것들을 깨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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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서 집을 나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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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얘기해 준 것보다
세상은 훨씬 신비하고 흥미로웠어.
또 재밌고 즐거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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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상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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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와버렸다는 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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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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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잠깐
나갔다 오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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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디서 왔니?”

“난… 엄마한테서 왔어.”




글: Editor GU





아기 북극곰의 외출| 김혜원 글·그림|2022년 5월 2일|14,000원

지금 내 품에 안긴 소중한 것들은
어떤 이야기를 간직한 채 이곳에 닿았을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어린 아기로 태어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자라면 안락한 품이 답답한 울타리로 변하고 그 너머를 꿈꾸게 되죠. 스스로의 힘으로 걷기 시작한 길의 초입에는 달뜬 호기심과 생기가 가득해 자꾸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다 길을 잃는 순간, 이미 너무도 멀리 와서 홀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고독한 길을 그래도 다시 걸어 나갈 수 있는 건 온전히 사랑받은 따뜻한 기억들 때문입니다. 이 밤, 아기 곰을 품에 안은 소녀에게도 먼 훗날 홀로 길을 떠날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무릎이 꺾이도록 힘이 드는 어느 날, 서로의 품에 안겨 완전하게 따뜻했던 이 순간을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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