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
엄마,
내가 세상에서 이름을 가지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세상에서 이름 가진 것들을 하나둘 알아 가며
이내 그 이름
내 조그만 입으로 부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어
내 자그만 목소리로 부른 그 이름들이
꽃처럼 조각조각 피어
하나의 계절이 될 줄
잎처럼 무럭무럭 자라
무수한 계절이 될 줄
아니 어쩌면 알았을까,
겹겹의 세월이 쌓여
이제는 화음을 이루게 된 그 이름들이
보이지 않는 데서 울려오는 저 뱃고동 소리처럼
번번이 나를 울리는 계절이 될 줄
그 이름 낱낱을
제 몸 구석구석
제 이름처럼 새겨 놓고도
계절은 흐르고 흘러 어느 날,
정작 그 이름의 주인은 잊어버려
지는 놀 텅 빈 거리 위에
길 잃은 강아지마냥 동그마니 앉아
이름 모를 누군가를
소리 없이 부르고 또 부를 줄
그러다, 반짝
그 무수한 이름 가운데 단 하나
길게 늘어져 가는 그림자 위에
별똥처럼 살포시 내려앉는 거야
그럼 나는, 벌건 놀에 퉁퉁 불은 얼굴
세수하듯 씻어내며
깜빡깜빡 껌뻑이며
별똥처럼 달려가겠지
세상에 태어난 처음처럼
그 음절 내 몸에 담은 첫날처럼
부르고 또 부르며
엄마,
내가 세상에서 이름을 가지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세상에서 이름 가진 것들을 하나둘 알아 가며
이내 그 이름
부를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알았어,
내 자그만 몸에 담는 그 이름
꽃처럼 조각조각 피어
하나의 계절이 될 줄
잎처럼 무럭무럭 자라
영원한 계절이 될 줄
글: Editor LP
정말, 사라진 것들은 없어.
모든 것들은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어.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또 잊어버리고 삽니다. 안타깝게 잃어버리기도 하고, 애써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저 무의식으로 가라앉은 것들도 있을 테고요. 이렇게 우리는 한때 소중히 여겼던 것들과 이별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잃어버렸다는 것 자체도 잊어버리곤 하지요.
이 그림책은 아이가 놓쳐 버린 풍선을 따라가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잊어버린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런 것들에는 풍선이나 우산, 장난감 같은 것들도 있고,우정이나 사랑 같은 것들도 있을 거예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러한 것들이 사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어떠한 모습으로든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