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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띄우는 편지 - 쓸쓸할 때 드는 생각

by 고래뱃속
쓸쓸할 때 드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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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기억나?

아빠 심장은 뭘로 만들어졌어? 물은 적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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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쓸쓸할 때 문득

내가 홀로 세어 보던 기억


아빠가 필요할 때 다 알아주길래

내어주는 사랑에 끝이 없길래

걷다 걷다 돌아보면 늘 그 자리,

아빠 있는 곳은 따뜻하길래

내 상처까지 다 끌어안고 살만큼 너르길래


주먹만 한 품에 온 세상이 담겨 있길래

훌쩍 커버린 지금도
아빠를 생각할 때면
난 이런 게 궁금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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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심장은 아가미로 만들어졌을지 몰라

바다를 좋아해서 큰 파도 너머까지 자유로이 헤엄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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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심장은 바람으로 이루어졌을지 몰라

불어오는 바람결에 아빠 냄새가 실려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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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심장은 별로 태어났을지 몰라

크고 환해 보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작고 느려지는 듯해…


하나씩 헤아려 보던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

아빠가 세상에 날 때.


다시 한번 이 손으로 빚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두 손을 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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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무얼로 심장을 만들어야

당신이 편안하려나

잘 지낼 수 있으려나 꿈을 꾸지


미래로 만들면 어떨까

아빠 안에서 미래가

미래와 함께 아빠가

숨을 쉬어준다면

막막하고 하염없는 삶일지라도

계속 살아갈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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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면, 나무이길 바라

언제든 아빠나무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에게 가는 길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긴긴 시간이 흘러

훌쩍 자란 얼굴로 다 괜찮다는 말

들려줄 수 있을 테니



글: Editor 영




아빠나무| 글·그림 김미영|2016년 11월 7일|12,000원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아이는 아빠 생각이 나면 아빠나무를 찾아갑니다. 아빠나무를 끌어안고 아빠와 함께 한 시간들을 하나둘 꺼내 봅니다. 물고기를 잡던 날 반짝이던 강물, 산길을 오르던 날 숲을 가로지르던 바람 소리, 아빠와 함께 바라본 밤하늘, 넓고 따뜻했던 아빠의 등에서 잠들곤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지요.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아빠를 향한 아이의 그리움이 짙게 묻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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