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할 때 드는 생각
아빠, 기억나?
아빠 심장은 뭘로 만들어졌어? 물은 적 있지
그건 쓸쓸할 때 문득
내가 홀로 세어 보던 기억
아빠가 필요할 때 다 알아주길래
내어주는 사랑에 끝이 없길래
걷다 걷다 돌아보면 늘 그 자리,
아빠 있는 곳은 따뜻하길래
내 상처까지 다 끌어안고 살만큼 너르길래
주먹만 한 품에 온 세상이 담겨 있길래
훌쩍 커버린 지금도
아빠를 생각할 때면
난 이런 게 궁금했지
아빠의 심장은 아가미로 만들어졌을지 몰라
바다를 좋아해서 큰 파도 너머까지 자유로이 헤엄칠 수 있으니까
아빠의 심장은 바람으로 이루어졌을지 몰라
불어오는 바람결에 아빠 냄새가 실려 있으니까
아빠의 심장은 별로 태어났을지 몰라
크고 환해 보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작고 느려지는 듯해…
하나씩 헤아려 보던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
아빠가 세상에 날 때.
다시 한번 이 손으로 빚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두 손을 모았지
이 세상 무얼로 심장을 만들어야
당신이 편안하려나
잘 지낼 수 있으려나 꿈을 꾸지
미래로 만들면 어떨까
아빠 안에서 미래가
미래와 함께 아빠가
숨을 쉬어준다면
막막하고 하염없는 삶일지라도
계속 살아갈 수 있을 테니
그게 아니면, 나무이길 바라
언제든 아빠나무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에게 가는 길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긴긴 시간이 흘러
훌쩍 자란 얼굴로 다 괜찮다는 말
들려줄 수 있을 테니
글: Editor 영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아이는 아빠 생각이 나면 아빠나무를 찾아갑니다. 아빠나무를 끌어안고 아빠와 함께 한 시간들을 하나둘 꺼내 봅니다. 물고기를 잡던 날 반짝이던 강물, 산길을 오르던 날 숲을 가로지르던 바람 소리, 아빠와 함께 바라본 밤하늘, 넓고 따뜻했던 아빠의 등에서 잠들곤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지요.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아빠를 향한 아이의 그리움이 짙게 묻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