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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띄우는 편지 - 초대

by 고래뱃속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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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왔어

예고도 없이


너는 날 보고 웃었지

온 밤이 다 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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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엔 알 수 없었어

이 밤이 왜 환한지,

이 밤이 왜

어제보다 더 따뜻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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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만

맞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내 일상에 굴러들어와서

내가 들여다본 적 없고

신경 쓴 적 없는 시간의 구석구석마다

덜거덕거리는 소리를 냈지


덜거덕,

덜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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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는

점점 더 못 견디게 불편해서

너라는 조각을

내 시간의 바깥에 두고 싶었어

내 마음은 결벽증이 심해서

언제나 온전한 퍼즐지도를 보고 싶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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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는

점점 더 몸집을 불려가며

내가 구석구석 잘 알던 퍼즐 지도를

온통 모르는 모습으로

흩트려 놓기를 즐겨했지


덜거덕,

덜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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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도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나는 내가 들여다본 적 없고

신경 쓴 적 없는 장소의 구석구석마다

지나가야 했어


저벅저벅

덜거덕 덜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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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알게 되었지

본 적 없고 느낀 적 없는

시간의 구석구석마다

장소의 구석구석마다


온통 너의 얼굴로

다 차 있다는 것을


온 밤이 다 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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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아주 오랜만에

세상 가장 단잠 속에서

잠꼬대처럼 중얼거렸지


아,

내가 본 중

가장 아름다운 퍼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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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Editor LP





난 네 엄마가 아니야!| 글·그림 마리안느 뒤비크|2017년 6월 5일|16,000원

우연한 만남과 가족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
어느 날, 오토는 집 앞에서 뾰족뾰족 가시가 돋쳐 있는 초록색 알을 발견했어요. 초록색 알에서 나온 작고 하얀 털북숭이는 오토를 보고 “엄마!”라고 불렀죠.조금 망설이던 오토는 밤이 깊어지자 털북숭이를 집으로 들여 하룻밤 재워 주기로 마음먹습니다. 다음날 털북숭이의 진짜 엄마를 찾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에도 털북숭이의 엄마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 사이 털북숭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서 어느덧 집을 꽉 채울 정도로 커졌습니다. 마침내 엉망진창이 된 생활을 견딜 수 없어진 오토는 털북숭이를 원망하며 울부짖습니다. 과연 털북숭이는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오토는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다람쥐 오토와 귀여운 털북숭이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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