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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Feb 10. 2021

과자는 이제 TV에 나오지 않는다.

변해가는 광고 이야기


한 때 TV 과자 광고는 그 상징성이 매우 컸습니다. 새로운 유행어가 창조되기도 하고,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자신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소위 '잘 나가는' 인물이다 싶으면 과자 광고에 나오는 것이 당시 '국룰'이기도 하였습니다.


"태어나 처음만나 평생토록 즐기는 농심 새우깡" - (농심, 1998)


태양처럼 산다. 태양의 맛 썬칩 (동양제과, 1997)


90년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이처럼 광고에 나왔습니다. 사실 들여다보면 과자는 뒷전이고, 모델만 보이는 광고가 아닌가 싶은데요. 실제로 위의 썬칩 광고는 당시 동양제과가 박찬호 선수에게 7억원의 계약 이후에 만들어진 광고입니다. 고가의 상품도 아닌 과자에 그렇게 큰 계약료를 지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과자 광고에 빅모델을 쓰는 이유



광고학에서는 상품을 구분할 때, 관여도로 상품을 나눕니다. 관여도는 쉽게 말하면 제품에 대해 관심이나 생각하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세탁기와 감자칩을 예로 들어보죠. 아마 대부분 사람이 세탁기를 과자 고르는 것만큼, 바로 선택하시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능과 디자인, A/S 여부까지 꼼꼼히 체크할 것입니다. 역으로 과자를 세탁기처럼 오랜 시간 두고 고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몇분 내에 그 날의 기분이나 기호에 맞추어 고르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정보나 기준을 토대로 심사숙고하여 고르는 제품이 '고관여 제품'이고, 그런 심사숙고의 기준이 적은 것이 '저관여 제품'입니다. 가전제품처럼, 큰 돈과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따지는 것에 비해서 과자처럼 논리적인 판단의 관여가 적은 '저관여제품'은 어떤 판단으로 고를까요? 


여기에서는 정서적 호소가 크게 작용합니다. 짧은 시간 내에 고르는 과자인만큼, 논리적인 추론보다는 뇌리에 남은 강렬한 인상이 과자 구매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위의 광고처럼 유명 모델, 강렬한 사운드나 장면들이 나오는 것도 구매를 위한 어필인 것이죠.



박찬호 선수 빅모델을 기용하자, 썬칩의 그 해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97.10.26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여기에 과자는 남녀노소 누구나 다 먹을 수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누구나 간식으로 쉽게 시도할 수 있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구할 수 있으니, 굳이 저연령층에만 한정짓지 않고 누구에게나 유명한 인물일수록 더 많은 구매가 일어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대신 이런 빅모델의 경우는 여러 광고에 출연하면 할수록, 광고 효과는 떨어진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모델의 반복적인 노출은 브랜드에 대한 각인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 상품, 내 브랜드에만 나올 수 있는 빅모델이 되도록 전속모델과 같은 '현질'이 많이 있었던 것이죠. 비슷한 시기에 삼립(현_SPC삼립)의 포켓몬 빵도 포켓몬이라는 거대한 빅모델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V밖으로 사라진 과자 광고


작년 롯데제과에서 집행한 과자광고입니다.  2018년 이후로 롯데제과 TV광고 집행 수는 현저하게 줄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TV에서 과자 광고가 보이지 않습니다. 매 해 TV 광고를 집행하던 오리온 초코파이도 2015년 이후로 TV 광고는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과자의 종류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는데, 왜 TV광고가 사라진 것일까요?


이유는 아무래도 시대가 변하면서 TV가 가진 영향력도 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TV가 가진 영향력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TV매체를 소비하는 연령대가 8-90년대보다는 더욱 올라가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이제 만화를 보기 위해 방영시간을 기다리거나, 비디오를 사지 않습니다. IPTV가 있고 유튜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람들이 TV광고를 소비할 시간적 공간이 줄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TV-CF는 아니지만,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바이럴 영상. (비어케이, 2020)


TV에서 인터넷으로 넘어오니, 당연히 광고도 변했습니다. 굳이 억대의 빅모델을 쓰지않고, 개인 방송의 스트리머의 컨텐츠를 통한 광고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빅모델의 카피 한 마디보다, 먹방 스트리머의 후기가 더 효과가 큰 것이죠. 손이 가요, 손이 가'와 같이 과거의 텍스트 카피보다 '먹물새우깡 실제 리뷰'와 같은 영상컨텐츠에 크게 동요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이런 변화는 카피에게는 위기입니다. 왠만한 광고와 카피로는 대중이 반응하지 않으니까요. 객관적인 경험과 시각적 컨텐츠가 주목받는 시대에서 팔리는 텍스트는 무엇일지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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