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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Sep 11. 2020

박카스의 카피

박카스는 왜 타겟을 바꿨을까.



카피를 잡기 전에 기획 단계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광고의 타겟을 설정하는 일은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 '마스터 키'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입니다. 우리 브랜드를 과연 누구에게 팔 것인가에 따라 어떤 매체를 쓰고, 어떤 컨셉을 사용할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카피도 깔끔하게 갈지, 힙하게 갈지도 달라지기도 하구요.


상품의 포지셔닝을 아예 특정 연령대를 공략하기도 하지만, 그런 제약이 굳이 없다면 전략에 따라서 브랜드의 특정 세대로 타겟을 바꿀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관록이 있는 어떤 브랜드가 '오래된', '진부한' 이미지를 희석시키고자, 젊은 모델을 사용하여 젊은 이미지를 주는 것이 그렇습니다.


이런 식의 전략, 그러니까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젊은 이미지로 쇄신한 것 브랜드 중에서 '박카스'가 그성공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_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 1993년


박카스,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1993, 동아제약)



1993년에 제작된 박카스 광고입니다. '새 한국인'이라는 캠페인으로 다양한 직업군들의 군상과 고충들을 표현하였습니다. 로드 다큐 컨셉으로 현실감을 더했지만, 사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과거에 자주 봐온 공익광고 스러운 면모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이런 면에서는 과감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카스도 약품인데, 약품 광고가 효능에 대한 어필을 최소화하고, 타겟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묵직한 카피가 그 어필이 임팩트를 대신하였습니다.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라는 카피로 박카스를 한 문장으로 나타내었습니다. 정갈합니다. 꾸미지 않고, 정제된 카피이기에 두고두고 배우고 싶은 카피입니다.


여기서의 타겟은 전반적인 한국인입니다. 아마 돈을 벌고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삼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박카스는 노선을 바꾸게 됩니다. 1961년부터 나왔으니 저 광고가 나온 시점만 해도 이미 30년이 넘은 것이죠. 그래서 타겟을 더욱 세분화시키고, 이미지의 쇄신을 노리게 됩니다.



#2._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 : 1999년


박카스는 젊어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한국인에게 애둘러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젊은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합니다. 말투도 전략도 모두 젊은 친구들에게 공감을 얻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 (1999, 동아제약)


젊은날의 선택, 박카스 (2003, 동아제약)


박카스의 타겟은 왜 바꾼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30~50 남성에게만 한정 짓기에는 시대가 너무 냉혹했기 때문입니다.


 IMF 사태로 인해 종전의 주된 소비자였던 30~50대 남성들의 구매력이 저하되었고 박스단위(10병)의 매출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은 새로운 수요의 창출을 위해 ‘영 마케팅(Young Marketing)’을 추진했고 젊은층을 집중 공략한 홍보전략이 적중하면서 젊은층의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 한경닷컴, "동아제약, 박카스 신화를 만들다!" [한국경제] 2016.12.03


그래서 옷을 바꿔입었습니다. 사실 브랜딩이 젊어보이는 것은 모험일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에게 괜한 거부감과 거리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박카스는 그런 거리감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젊지만, 도전감과 열정이 넘치지만 도덕을 아는 바른 청년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그런 이미지를 카피가 그 정수를 담았습니다.

'지킬 것은 지킨다.' 이 캠페인은 위 광고 말고도, 다른 캠페인에서도 여러번 사용되면서 더욱 회자되고, 젊은 층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로 남을 수 있게 됩니다.




#3._나를 아끼자 : 2016


나를 아끼자. 박카스 (2016, 동아제약)
나를 아끼자. 박카스 (2016, 동아제약)


박카스는 그렇게 젊은층에게도 각인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브랜드가 커지면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아집니다. 시대에 흐름에 맞춰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대에 필요한 말을 가끔은 할 수 있게 됩니다. 브랜드가 커진만큼, 그 목소리는 많은 대중이 귀기울이기 때문이죠.


박카스하면 사람들은 '힘내자'라는 연상을 바로 생각해냈습니다. 다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 누굴 위해서 힘을 내야할까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게 됩니다. 과거에는 주목 받지 못했던, '나를 위해서 힘내자'라는 식으로 시선이 전환됩니다. 주체가 '나' 가 되면서, '힘내자'는 '아끼자'로 다듬어지게 됩니다. 카피는 한 문장으로 끝냈지만, 메시지는 더욱 정교해지고 분명해졌습니다. 바뀐 시대, 달라진 생각에 맞도록 잘 쓴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가족, 친구 등 더이상 연령별 타겟을 잡지 않고 '보통사람', '주변 사람'으로 자리잡아서 브랜드가 더욱 친근해지고, 브랜드 파워가 더욱 높아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박카스하면 자양강장제, 그 이상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게 된 것입니다.





박카스 광고를 보면서, 브랜드의 시간 변화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시대의 흐름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고, 오래된 광고일수록 그 시대의 기억도 떠오르게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박카스처럼 시대와 사회와 연결고리가 참 많은 브랜드입니다. 


그런 브랜드가 소위 영향력 있는 브랜드, 브랜드가치가 높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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