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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Aug 13. 2020

금연광고 : 노담이 최선이었을까?

전공자가 말하는 최근 금연광고 이야기.


광고는 제품을 팔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어떤 메시지를 카피나 이미지를 잘 꾸며서 전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전자가 대부분의 상업광고이고, 후자의 경우는 기업 브랜드의 광고이거나 혹은 국가에서 집행하는 공익광고입니다.


공익광고는 말 그대로 누군가의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광고입니다. 그래서 대중 전체를 대상으로 말해야 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데에 주로 쓰입니다. 종종 IMF나 요즈음 시국과 같이 국가적으로 어려울 때에 격려를 주는 광고도 집행하지만, 대부분 도덕이나 법규에 대한 준수를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가령 휴대폰이 어느 정도 보급되던 시기에 발생하던 소음의 문제나, 자동차 주행속도 준수와 같은 것들이 그 사례일 것입니다.


이런 공익 광고 중에는 금연 광고는 가장 꾸준히 해온 공익광고입니다. 거의 매년 제작해왔는데, 시대마다 그 카피나 설득 방법이 달라져 왔기 때문에, 비교해서 보면 시간의 간극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금연광고를 보면, 마치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다분합니다. 대체 무엇을 말하려는지, 여기서 왜 이 카피가 나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1. 2020년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 (2020, 보건복지부)


최근 방영된 금연 공익광고입니다. 청소년 금연을 주제로 한 광고입니다. 기존 금연 광고와 다르게 톤이 밝습니다. 여러 청소년들의 꿈이 나오고 이들의 풋풋한 모습과 함께, '노담'이라고 말합니다.


카피를 만들 때, 여러 표현 기법들이 있습니다. 반전을 줄 수 있고, 새로운 단어를 창조하여 유행어로 미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의 하나가 언어유희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쉽게 보자면 말장난 같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래, 빙그레" 같은 카피나, '새살이 솔솔, 마데카솔' 이런 느낌입니다.


'노답, 노담'도 이런 식의 언어 유희적인 표현전략을 썼을 것입니다. 그런데 탁 마음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설득을 위한 논리의 빌드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소년에게 담배는 어울리지 않아.' 이런 식의 주제를 잡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광고는  싫은 소리를 마구 하는 '꼰대'가 되기 싫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전의 금연 광고처럼 겁을 주고 위협하는 것보다, 마치 타이르는 방식을 택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가 효과가 있었을까요? 제 생각엔 흡연 혹은 비흡연 청소년 모두 '저게 무슨 말이야?'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꿈은 꿈대로 얘기해놓고, 갑자기 '노담 - 담배 피우지 마' 이러면 설득이 될까요? 

 

공익광고도 광고입니다. 광고라면 보는 이에게 타당한 이유로 납득이 가능하게 설득시켜야 합니다. 그 타당한 이유는 조밀하게 짜인 논리가 있어야 하거나, 정 안되면 감정적인 호소에도 기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 광고는 무엇일까요? 논리적인 설득도, 감정에 대한 공감이 없는 광고입니다. 단지 기성세대의 이미지를 최대한 제거해보려는 이미지만을 고려한 것 같습니다. 노답=노담, 억지로 만든듯한 느낌의 카피가 어색함을 더합니다. 결국 광고는 타깃의 인사이트, 문제점을 하나도 못 맞춘 것입니다.





#2. 2018년


아마 기존까지의 금연광고는 이런 식의 설득을 주로 했습니다. 이런 광고 전략을 공포 소구라고 합니다. 보는 이에게 겁이나 위협적인 상황을 제시하여, 행동이나 소비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원초적인 방법,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협박으로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2018, 보건복지부)


흡연과 같이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공포 소구는 자주 쓰입니다. 그러나 너무 기괴하고 거부감이 생깁니다. 이렇게 혐오스러운 모습을 극대화하여 공포감을 상승시키면, 흡연 욕구도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떠신가요?  그로테스크'한 묘사에 치중하였습니다. 과했습니다. 시청자들은 금연보다는 괴기한 모습만 보일 것입니다. 이 또한 설득에 실패한 광고라 생각합니다.






#3. 2019년


오랜 시간 금연에 관한 공익광고를 해왔습니다. 기억은 나지 않아도 내용은 알 것 같습니다. 누구나 알 정도로 뻔합니다. 오랜 시간 같은 소재, 같은 전략만을 해왔으니 질릴만도 합니다. 그러니 금연으로의 유도 효과가 잘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른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담배가 몸에 나쁜 것에는 이미 다들 잘 알고 있으니, 이 소재 말고 다른 소재를 시도하게 됩니다. 그런 새로운 도전 덕분에 더 이상 협박이 아닌 진정으로 설득하는 금연광고가 나왔습니다.


깨우세요! 우리 안의 금연 본능(2019, 보건복지부)


굳이 담배의 위험성, 건강에 대한 위협 없이도 금연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흡연자의 시각과 인사이트를 잘 캐치한 광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흡연자도 금연할 수 있다는 '본능'으로 어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유도했습니다. 강한 바람이 아니라 햇빛으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식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인사이트를 통찰한, 배우고 싶은 광고입니다.






아마 '노담' 광고 또한 공포가 아닌 설득으로 접근하려다가 불시착한 광고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시도에는 의의가 있습니다만, 조금 더 청소년 흡연자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살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안 피는 청소년이 나오는 광고가 아닌, 피려고 하는 청소년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접근이면 어떨까 합니다.


저를 걱정하셨지만, 왜 자기 스스로를 신경 쓰지 않으시나요? (ThaiHealth)


몇 년 전 집행한 태국 금연 광고입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겁을 주지 않고, 오직 논리로, 카피로만 승부했습니다.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많은 이들을 설득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의 금연광고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뻔한 공포 없이, 오직 간단명료하게 말입니다.



"Brevity is the soul of wit"
(간결함은 지혜의 정수다)

 - 셰익스피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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