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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y 16. 2021

위협과 공포의 시대

위협적 광고에 대한 이야기



광고를 배울 때에 가장 기초로 배우는 것이 '소구 기법'들입니다. 어느 제품을 어떻게 호소하고 어필하여 팔 것인지가 소구이고, 컨셉의 근간이 되는 것이죠. 소비자에게 어떤 느낌을 연상시켜서, 상품을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이 소구의 목표입니다.


광고 역사 가운데 많은 소구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위협 소구(공포소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게 또 재밌습니다. 과거에는 정말 많았는데, 요즘에는 잘 볼 수 없거든요. 




#興


위협소구는 말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위협을 주거나 공포감을 줌으로써, 소비자에게 상품을 사게 하거나 대중에게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포 소구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있는데, 8090년대생은 너무 잘 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편의 비디오,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문화부, 1991)


어떤 분이 '이거 보고 트라우마가 생겼다'라고 할 정도로 표현력이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워딩 또한 상당히 무게를 실었습니다. 호환, 마마,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비행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라고 하며 공포심을 배가시켰습니다. 청소년에게 성인 비디오를 시청하지 말자는 공익광고인데도, 정말 세게 이야기했습니다.



필름은 되돌릴 수 있지만, 생명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공익광고협의회, 1990)


이처럼 공포 소구는 어떤 행동에 대해서 위협을 주면서, 행동을 촉발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래서 이런 소구는 공익광고에 잘 썼습니다. 범사회적으로 특정 행동의 개선이 필요할 때, 혹은 특정 행동의 금지가 사회 전체적으로 요구되는 경우에 공익광고를 하는데, 위협적인 소구가 소비자의 뇌리에 쉽게 각인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너 이거 하면 아야해' 혹은 '너 이거 하면 맴매야'라는 식으로 엄하게 경고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현금 이체를 유도하는 전화, 금융사기전화입니다.(공익광고협의회, 2009)


표현 기술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위협적인 모습과 그 결과를 나타내는 이미지가 더욱 적나라해졌습니다. 사실 공익광고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주제로 합니다. 건강을 위해서 금연해라, 사기전화는 받지 말아라는 식의 주제는 다 압니다. 그런데, 이 주제를 그대로 내보내면 보기나 할까요? 공익광고도 광고입니다. 이미 해당 지식을 알더라도, 경각심을 주고 오래도록 기억되도록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이죠.



더 늦기 전에 혈액부터 돌리자. 써큐란 (동아제약, 2008)


위협 소구는 사실 상업적으로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약 광고에서 주로 많이 사용했었죠. 위급한 상황, 특정 상황을 보여주고 이럴 땐 이 약을 사용하시라는 식으로의 메시지가 많았습니다. 



#亡


인간은 새로운 것, 낯선 것에 대해서 환영보다는 두려움과 공포가 앞섭니다. 정보는 한정되어있고, 이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포심은 쉽게 만들어질 수 있고, 그 여파 또한 막강한 것입니다.


이러한 공포 소구의 활용은 정치 캠페인에서도 사용되었습니다. 1988년 미국 대선에서는 조지 허버트 부시(아버지 부시)와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었습니다. 초기에는 17% 격차로, 민주당 진영의 마이클 듀카키스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그러나 조지 허버트 부시 측의 광고가 판세를 바꾸게 됩니다.


America can't afford that risk. (미국은 그런 위험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_미국 공화당, 1988)



해석_마이클 듀카키스는 주지사 재임 중,  마약사범의 법정 형량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사형제의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가 시행한 회전문 교정 정책의 일환으로 가석방 자격이 없는 1급 살인범에게 주말 휴가(외출)를 주었습니다. 외출 동안 범죄자는 납치와 강간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습니다...(중략).... 미국은 이런 위험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마이클 듀카키스가 시민 안전에 대해 둔감하고 무지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죄수 주말 휴가 정책 자체는 상대측인 공화당의 레이건 행정부가 만들어 전국적으로 시행한 것이었고, 마이클 듀카키스가 있던 매사추세츠 주는 살인범죄 비율이 제일 낮은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중의 표심은 이미 기울어졌습니다. 물론 민주당 측에서 이에 대해 자료를 제시하면서 반박을 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지만, 살인을 방조한 사람을 대통령에 앉힐 것이냐는 위협적 메시지가 크게 좌우한 것입니다. 덕분에 네거티브의 효과는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여야 가리지 않는 흑색선전이 난무하게 된 배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의 광고에서는 위와 같은 위협소구를 쓰지도 않고, 먹히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언제든 정보를 얻고 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 초안에 검색해서, 불확실성으로부터 대비 가능한 환경이 된 것입니다.


위협 소구는 보험광고나 정치 캠페인, 공익광고 등 제한적인 곳에서만 사용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강력한 행동 제약이 필요한 경우인 공익광고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 목적인 보험의 경우 외에는 잘 쓰지 않는 것이죠.  일반 마케팅이나 광고에서 공포 소구를 사용한다면, 대중에게 '어그로'끈다고 비아냥을 들을 것입니다.


최고의 씬은 백신과 함께하는 해피엔딩이 되길 희망합니다. (공익광고협의회, 2021)


이번 코로나 19에 관한 공익광고도 점차 톤다운으로 가고 있습니다. 위협하지 않고, 부드럽고 온화하게 설득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서 행동 강제가 꼭 필요한 시기임에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습니다. 시대도 바뀌었고, 대중도 바뀐 것입니다. 공포의 시대에서 설득의 시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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