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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Feb 25. 2021

활명수 광고에 활명수는 없었다.

USP와 컨셉의 미스매칭



국내 브랜드 중에서 100년을 넘긴 것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이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상업 브랜드가 생존해있기란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대신 이렇게 살아남은 브랜드는 '역사성'이라는 프리미엄과 메리트가 붙습니다. 오랜 시간이 버텨온 만큼 누구나 알고 있다는 메리트와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그 위신이 있을 것이라는 대중들의 인식이 그 프리미엄입니다.


이런 장수한 브랜드 중에는 활명수가 있습니다. 동화약품에서 나오는 소화제인데, 올해로 124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한제국 때부터 있어온 유명 장수 브랜드이니, 그 역사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 어린 시절 기억에도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고 하는 카피가 기억할 정도로, 유사상품이 많기도 했습니다.


활명수는 이렇게 역사성을 살려서 최근에 광고를 집행하였는데요. 한 세기 이상이라는 역사성과 소화제를 셀링포인트로 잡은 것 같습니다.


124년 당신 곁에. (동화약품 <124년의 만찬>, 2021)


어떠신가요? 저는 2-3번을 더 봐도 무슨 주제인지 잘 와 닿지 못했습니다. 분명 활명수가 가진 역사, 124년이란 시간은 메리트가 맞습니다. 그런데 메시지가 뒤섞였다고 느껴졌습니다. '활명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제품이다' 인지 아니면 ' 우리 민족은 굴곡진 역사에서도 잘 소화해냈다'를 말하고 싶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USP와 컨셉이 마치 한 요리에서 서로 다른 맛을 내는 재료처럼 따로따로 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USP는, Unique Selling Point라고 하며, 제품이 타제품에 비해서 독창적으로 어필 가능하고 팔릴 수 있는 특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이것을 대중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지 화법과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컨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활명수 광고는 컨셉에 매몰된 USP라고 생각합니다.


광고에서의 메시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너무 노골적이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인사이트를 통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활명수 광고지만, 정작 활명수는 없고 다른 것이 더 돋보이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빠르고 시원하게, 베나치오 (동아제약, 2017)


몸과 마음의 소화, 훼스탈 (한독약품, 2013)


광고에 있어서 정답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클리셰야 언제든 깨지니까 말이죠. 다만 소화제와 같이 일상에서 종종 찾는 상비약의 경우는 대중의 인사이트를 알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세히 말해서 소비자가 어느 때에 소화제를 찾고, 왜 꼭 소화제가 필요한지 안 다음에 광고로 풀어내서 사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소비패턴을 연구하고, 자주 찾는 소비자들의 고충이나 심리도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바로 위에 게재된 두 소화제 광고는 그 대중의 인사이트와 니즈를 적확하게 캐치하였습니다. 베나치오는 빠른 소화를 원하는 40대 이상의 타겟에 포커스를 두었고, 훼스탈은 직장인들의 인사이트를 재치 있게 풀어냈습니다. 구태여 소화불량이라는 딱딱한 단어 말고도, 상황과 니즈를 제대로 긁어준 것이죠. 소비자가 필요한 곳을 광고가 긁어줄 때에 소비자는 소비를 통해서 반응하는 것입니다.




출처 - ㅍㅍㅅㅅ (Feat. ㅠㅠ)


이렇게 날 선 비평을 했지만 사실 크리에이티브는 쉽지 않습니다. 앞선 광고도 많은 제안과 광고주의 의견들을 거쳐서 나왔겠지만, 답은 오직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에 참 어려운 일입니다.


TV-CF부터 작은 바이럴 마케팅까지 대중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수많은 표현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석이나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렵고, 알다가도 종 잡을 수 없는 것이 광고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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