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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Jun 06. 2021

광고로 편견을 넘는 법

피자헛과 나이키


광고는 시대의 흐름에 타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시대와 맞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과 그 트렌드에 맞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보다, 때로는 시대의 불편한 부분을 건드리는 일도 합니다. 


때로는 정면으로 도전해야 하고, 때로는 재치 있게 받아칠 줄 알아야 하죠. 편견에 대해서 광고는 어떻게 부드럽게 넘기고, 어떻게 맞섰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피자헛 이야기


먼저 소개해드리고 싶은 내용은 피자헛 광고입니다. 물론 지금의 광고가 아닌 90년대 초의 피자헛 광고들인데요. 무슨 생뚱맞게 피자헛과 편견이 무슨 광고가 있냐고 생각할 분들도 계실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90년대에 있어서 피자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입니다. 생소한 것을 넘어서, 경계의 눈초리가 많았습니다.


고유음식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젊은 세대 입맛 서구화 가속, 인스턴트식품 선호도 한몫 편리 추구로 외국 패스트푸드 밀물...정신문화까지 오염 우려 - 매일경제신문 (1991.02.


피자헛이 한국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85년입니다. 88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계 프랜차이즈가 국내로 진출한 것이죠. 그런데 올림픽 이후에도 이런 프랜차이즈는 꾸준히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패스트푸드의 장점인 빠르고 특유의 육덕진 맛 덕분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게 됩니다.


그러나 피자의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공략해야 할 타깃이 다른 프랜차이즈와는 달랐던 것이죠. 당시 진출했던 KFC나 맥도날드의 경우는 1인 1메뉴가 가능하지만, 피자헛은 한 메뉴를 혼자 먹기엔 부담스럽습니다.


피자는 여럿이 먹어야 하는 메뉴이기에, 타깃을 가족으로 잡는 것이 알맞은 전략인 것이죠. 그래서 당시 카피는 "함께 즐겨요, 피자헛"으로 정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족을 타겟으로 한다면, 광고는 누굴 타겟으로 해야 할까요? 아이가 잘 먹으니까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광고로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도와주질 않습니다. 위의 기사처럼 어른들은 패스트푸드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있을 시점입니다.


따라서, 타겟을 어른으로 잡아야 합니다. 어차피 피자는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살 테니까요. 어머니의 구미를 당겨야 하고, 아버지의 지갑을 열어야 했습니다.


아빠, 맛있어요? (피자헛, 1992)
정말 맛있네요. (피자헛, 1991)


그래서 이 당시 피자헛 광고는 어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아버지가 잘 먹는 모습을 중심으로 어른의 입맛에 맞추고자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사회의 편견에 정면으로 맞섰다면 아마 영양가나 건강을 내세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피자헛은 굳이 맞서지 않았습니다. 편견에 정면돌파가 아닌 '맛있다'는 회유책을 선택한 것이죠.


이러한 편견에 대한 대응은 성공하였습니다. 이 시점부터 피자헛 광고는 가족을 주타겟으로 많이 잡았습니다. 이후 김창완 씨가 자상한 아버지로 CF에 나왔고, 피자를 먹는 것이 가족과 단란하게 저녁을 즐기는 모습으로 정착됩니다. 


피자가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는 관념에서, 역설적으로 가족과 함께 먹는 음식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이렇게 고정관념과 같은 위기요소에서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나이키 이야기


반대로 나이키는 편견을 정면으로 도전해왔습니다. 일부러 편견을 수면 밖으로 노출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편견을 대상으로 한 도전하는 콘셉트가 많습니다. 뛰어넘다, 도전해라라는 등의 카피로 오랫동안 일관되게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죠. 특히 최근에 한국과 일본에서 집행한 광고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방식대로, 우리가 바꿔본다면? Play new. (Nike, 2021)


그렇지만, 그걸 가만히 기다리지 않을거야 (Nike, 2020)


일본의 광고는 작년 말, 한국의 광고는 지난달에 집행된 광고입니다. 비슷한 문화권에서 집행된 캠페인은 각자만의 사회에서의 편견을 깨는 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 편견들은 각각 오랫동안 고착된 악습과 차별들이었습니다. 잘못된 것이나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그러나 나이키는 과감하게 이런 잘못된 점을 비판했습니다. 이런 큰 브랜드가 공익적인 캠페인을 하면 여파가 큽니다. 뉴스 기삿거리가 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릅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한 뼘 움직이는 것입니다.


사실 브랜드가 이런 편견을 맞설 때에는 큰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핀트 하나, 단어 하나 차이로 논쟁의 중심이 되고 이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나이키가 이런 편견에 정면돌파하는 것은 여러모로 이점이 있습니다. 브랜드의 긍정적인 감정을 대중적으로 널리 심어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사회 전체에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선한'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것이죠. 사람들은 조금씩 브랜드를 신뢰하고, 호감이 생기는 계기가 됩니다.




Men drink Cockatail too. (하이네켄, 2020)


광고의 목적은 결국 팔리기 위함이기 때문에, 편견을 말한다는 것이 한편으로 상술이라고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편견을 이용하고 때로는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시대의 생각이 조금씩 이동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누군가의 TV와 유튜브에서 수없이 노출되는 것이 광고입니다. 노출이 되는 만큼 많은 이들에게 팔 수도 있고 많은 이들에게 빠르게 담론을 설파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트렌드를 따를 필요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대의 생각에 목소리를 내어 반항하는 것도 결국은 광고의 역할 중 하나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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