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와 멕시코 요리
아보카도
뱃속이 편치 않다고 아보카도를 먹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이 부드러운 연둣빛 맛에 열광한다. 특히 많은 채식주의자에게서 볼 수 있는 아보카도 집착은 한국인들의 치맥 사랑 못지않다. 아보카도는 비타민 B, C, E, K와 칼륨 함량이 높은 열매이며, 열량 대부분은 지방(그 중 삼 분의 이 이상이 불포화지방산)에서 나오기 때문에 채식 위주 식단에 포만감을 높여준다.
아보카도는 초록색 껍질이 갈색으로 변하고 약간 말랑말랑해지면 먹어도 좋다. 자칫 오래 놔두면 속살까지 갈색으로 변하고 곧 썩은 내가 나서 버리게 되니, 적절한 때를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보카도를 먹어도 좋은 절묘한 때를 이렇게 표현한다.
안돼. 아직 아니야. 기다려. 기다리라고. 아직. 아직. 아직. 아직... 지금이야! 쯧쯧. 늦었어. 버려.
아보카도는 반으로 잘라서 묵직한 씨앗을 골라내고, 숟가락으로 과육과 껍질 사이를 훑으면 쉽게 껍질과 분리된다. 아보카도를 잘랐는데 속살이 좀 단단하다 싶으면, 길게 썰어서 빵이나 샐러드에 올려 먹고, 많이 무르면 으깨서 빵에 발라 먹는다. 우리 집에서는 딱히 뭘 만들어 먹을지 모를 때 아보카도로 샌드위치를 만든다. 또는 남편이 점심 도시락으로 샐러드만 사흘 연속으로 먹고 지루해질 즈음 아보카도로 샌드위치나 김밥을 싸준다. 대표적인 아보카도 음식으로 과카몰레와 캘리포니아롤이 있다.
아보카도 샌드위치
재료
아보카도, 토마토, 식빵
선택 재료
상추, 피망, 오이, 양파, 고수, 겨자 소스, 올리브유
요리법
1. 곡물 식빵 한쪽 면에 올리브유(코코넛유, 비건 버터 등)를 바르고 갈색이 돌 때까지 한쪽 면만 굽는다.(바삭한 맛이 좋으면 양면을 모두 굽는다.)
2. 한 김 식힌 빵의 굽지 않은 면에 겨자소스나 케첩, 비건 마요네즈 등 원하는 소스를 바른다.
3. 아보카도 과육은 도마에 놓고 얇게 썰어서 그대로 빵에 올린다. 또는, 그릇에 아보카도, 다진 고수(파슬리), 라임즙(레몬즙)을 넣고 잘 섞은 다음 빵 위에 바를 수도 있다.
4. 그 위에 채 썬 토마토, 피망, 오이, 상추, 양파 등을 올리고 빵 한 조각을 얹는다.
*소스가 없어도 괜찮다. 소스를 뿌리지 않으면 아보카도의 부드러운 맛과 토마토 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매운맛을 좋아하면 할라페뇨 같은 매콤한 피클을 올린다.
*아보카도에 레몬즙을 뿌리면 변색이 느려진다.
과카몰레와 또띠야 칩
재료
아보카도 1개, 토마토 1개, 양파 1/3개, 라임(레몬)즙 1큰술, 고수 한 움큼, 소금
또띠야
요리법
1. 잘 익은 아보카도를 반으로 잘라서 숟가락으로 과육을 긁어 그릇에 담는다.
2. 토마토와 양파, 고수는 다지고, 라임은 즙을 낸다.
3. 재료를 모두 섞고 원하면 소금으로 간한다.
4. 또띠야를 한입 크기로 썰어서 팬이나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 또띠야 칩을 만든다. 이 칩을 과카몰레에 찍어 먹는다.
* 토마토 안쪽 무른 부분을 골라내고 단단한 부분만 쓰면 과카몰레에 물기가 적게 생긴다.
* 매콤한 맛을 좋아하면 할라페뇨 피클을 다져서 섞는다.
* 아보카도는 시중에 파는 살사 소스만 섞어도 맛이 훌륭하다. 살사 소스는 다진 토마토와 양파, 할라페뇨, 고수를 섞어서 간단히 만들 수도 있다.
* 멕시코 요리에 고수가 빠질 수 없지만, 구하기 힘들거나 좋아하지 않을 땐, 파슬리나 파, 쑥갓 등 독특한 향을 지닌 채소로 대신할 수 있다.
과카몰레-두부 랩
재료
또띠야, 과카몰레
두부 1/3모, 마늘 3쪽, 양파 1/2개, 당근 1/3개, 피망 1/2개, 토마토 1개, 버섯 아무 종류나 한 움큼
타코 혹은 멕시코 양념 가루 2작은술, 소금, 후추
*멕시코 양념은 카옌(매운 고추)/마늘/양파/피망/파프리카/후추/큐민 가루 등을 섞어 만든다.
요리법
1. 두부와 채소는 작게 깍둑썰기를 하거나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채 썰어 준비한다.
2. 중간 불에 올린 팬에 기름을 붓고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어느 정도 익기 시작하면 당근을 넣는다.
2. 당근이 반쯤 익으면 피망과 토마토, 타코 양념을 넣고 함께 볶는다.
3. 마지막으로 버섯을 넣고 살짝 숨이 죽을 만큼만 볶아서 마무리한다. 취향에 따라 고수를 뿌린다.
4. 또띠야에 미리 준비한 과카몰레를 바르고, 볶은 채소를 올린 다음 둥글게 말아서 대접한다.
*타코 양념이 없을 땐, 고운 고춧가루와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볶지 않은 토마토와 채 썬 상추, 오이도 잘 어울린다.
*살사 소스가 있으면 금상첨화. 볶은 채소 위에 올려준다.
*과카몰레 대신 아보카도 과육을 썰어 올리기만 해도 좋다.
부리또
재료
검은콩이나 강낭콩 1컵, 밥 2그릇, 또띠야
마늘 5쪽, 양파 1/2개, 피망이나 파프리카 1개, 아무 버섯 두 움큼, 고수
카옌 가루(고운 고춧가루), 큐민 가루, 소금, 후추
토핑 재료(선택 사항)
토마토, 아보카도, 상추, 과카몰레, 살사 소스, 핫소스, 각종 피클
요리법
1. 하룻밤 불린 콩을 헹군 뒤에 물 2컵을 넣고 삶는다. 콩이 눌어붙지 않게 가끔 저어주고, 물이 부족하면 조금씩 더 넣으며 끓인다.
2. 삶은 물을 따라낸 콩에 카옌 가루(1/2작은술), 큐민 가루(1작은술)를 넣고 섞으면서 으깬다. 이때 소금, 후추, 다진 고수를 취향대로 넣는다.
3. 마늘, 양파, 피망, 버섯은 먹기 좋게 채 썰거나 작게 깍둑썰기 한다.
4. 기름을 넣고 달군 팬에 마늘, 양파를 넣고 볶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피망, 버섯, 카옌 가루(1/2작은술), 큐민 가루(1작은술)를 함께 넣고 볶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원하면 다진 고수를 추가한다.
5. 또띠야 가운데에 으깬 콩 한 숟가락, 밥 한두 숟가락을 얹어 펴 바르고, 채소볶음을 두어 숟가락 올린다. 내용물을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한다.
6. 또띠야 사방을 보자기 접듯이 네모 모양으로 접고, 팬에 뒤집어서 올린 뒤 중간 불에 굽는다.
7. 양쪽 면이 노릇해지게 구워지면 접시에 올리고 다진 토마토, 아보카도, 채 썬 상추나 오이, 고수, 과카몰레, 살사 소스, 핫소스, 피클 등을 기호에 맞게 얹어 먹는다.
*또띠야에 들어가는 재료는 물기가 없을수록 좋다. 콩 삶은 물은 마늘, 양파, 감자, 당근, 샐러리 등을 넣고 국을 끓여 먹거나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콩국수에 쓴다.
*부리또는 한번 만들 때 여러 개 만들어 놓고 냉동실에 보관해도 좋다. 이때는 과카몰레나 살사 소스를 부리또 안에 넣지 않는다. 냉동한 부리또는 오븐이나 팬에 따뜻하게 데운 다음 원하는 토핑을 얹어 먹는다.
*살사 소스가 없다면 토마토소스에 다진 오이와 할라페뇨 피클을 넣어 만든 소스를 써도 좋다.
*부리또 재료는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다. 볶음 재료로 옥수수, 감자, 당근, 김치도 좋고, 볶지 않은 채소와 새싹을 넣거나, 카옌이나 큐민 가루 대신 고춧가루, 강황 가루, 오레가노, 바질 등으로 맛을 낼 수 있다. 아니면 간단히 케첩으로 간을 한다.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끼만큼의 변화를 원한다면, 에세이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책 훑어보기!
비건 멕시칸 푸드 https://www.veganmexicanfood.com/recipes
Food Empowerment Project라는 비영리기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로 비건 멕시코 음식 요리법을 제공한다. 위에 쓴 글처럼 시시콜콜 사적이면서 주관적이지 않다. 간단명료한 요리법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