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비건 치즈 요리
한 달 동안 건강한 비건 음식 기록하기. 그 여정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깨달았다. 생각보다 가공식품에 많이 기대고 산다는 걸. 우리가 하는 채식 요리는 사찰 음식처럼 정갈하고 풋풋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우리가 주로 쓰는 가공식품은 면류, 빵, 콩고기, 토마토 페이스트, 카레 소스 정도이고, 가끔 비건 치즈도 쓴다. 오늘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남편이 만든 라자냐. 여기에 비건 치즈가 들어간다.
피자와 라자냐의 화룡정점이 치즈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치즈 없이 새콤한 토마토소스만으로도 충분히 음식 맛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편은 아니다.
나에게 치즈는 기호식품이다. 내가 치즈 맛에 눈을 뜬 건 이십 대 전후, 열에 녹은 치즈 맛을 본 뒤부터다. 피자가 맛있긴 하지만 가끔 먹는 음식이니, 없으면 안 먹으면 된다.
그런데 남편은 미국인이다. 내 멋대로 과장하자면 그의 반은 치즈가 길렀다고 할 수 있다. 채식을 결심하고 앞으로의 식사를 생각하면서 남편의 생각이 치즈에 닿았을 때. 그러니까 스테이크 없는 주말과 돼지고기 빠진 보쌈이나 불고기 없는 한식에 더해, 추수감사절의 꽃 칠면조고기마저 힘겹게 양보한 뒤 그의 상상이 ‘치즈 없는 피자’에 닿았을 때, 남편의 얼굴은 막막함이 겹친 사색 상태였다.
남편은 공공의 이익만큼 자기 행복도 중요한 사람이다. 그는 채식도 치즈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비건 치즈로 비교적 간단히 해결되었다. 미국에서 제법 큰 슈퍼마켓에 가면 식물성 가공식품을 찾기 쉽다. 인구 육만이 좀 넘는 우리 동네 슈퍼마켓도 마찬가지다. 과자와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냉동고기 판매대마다 완전 식물성 제품이 한두 열을 차지한다. 우리는 이런 가공식품으로 채식 식당 하나 없는 이곳에서 때때로 외식하는 분위기를 낸다.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p.37.
비건 버터, 비건 치즈, 비건 버거 패티 같은 가공품을 건강식품이라고 할 순 없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치즈나 마요네즈는 콜레스테롤을 함유하지 않지만, 지방 성분이 높고 유통과 보존을 위해 화학 첨가물을 쓸 수밖에 없다. 비건 버거 패티나 소시지는 그것만 먹기엔 너무 짤 정도로 나트륨 함량이 높기도 하다.
흙에서 거둔 제철 음식만 한 건 없다. 하지만 예전 입맛을 갑자기 바꾸기 힘들거나 부엌일에서 쉬고 싶을 때 가공식품은 구원자나 다름없다. 채식 결심은 마음이 했을 뿐 편리함은 아직 포기하지 못했다. 새로운 재료와 요리법으로 예전에 먹던 요리를 흉내 내고, 때로는 대체육으로 간단히 입을 달래면서 동물성 식품이 제외된 삶에 익숙해진다.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p.37.
시중에 파는 비건 치즈의 주요 성분은 식물성 단백질과 기름, 전분이다. 일반 치즈처럼 길게 늘어지는 끈기는 덜 하지만 맛과 냄새는 흡사하다. 우유 특유의 비린내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비건 라자냐 (6인분)
[토마토소스]
다진 양파 1/2개, 다진 마늘 5쪽, 다진 버섯 1/2컵, 다진 토마토 1개, 토마토 페이스트 캔 350g, 소금 1작은술, 후추 1/4작은술, 허브 가루(이탈리안 시즈닝/바질/파슬리/고수/타임/로즈마리 등 아무거나)
만들기
1. 냄비에 모든 재료를 넣고 중간 불에서 10~15분 끓인 뒤, 불을 줄이고 20분 정도 졸인다. 피자 소스처럼 되직하면 된다.
[라자냐]
라자냐 6~9장
0.5cm 두께로 채 썬 애호박 1개, 채 썬 버섯 1컵
손으로 으깬 두부 1모(또는 익힌 콩류 1컵)
3cm로 썬 시금치 2컵과 케일 2컵,
(선택 재료) 비건 치즈
만들기
1. 조리법에 따라 라자냐를 끓인다.
2. 오븐 용기 맨 아래에 라자냐를 한 층 깐다. 용기와 라자냐 크기에 따라 한 층 까는데 라자냐 2~3개가 필요하다.
3. 그 위에 토마토소스/애호박/버섯/두부/콩/시금치/케일/치즈를 순서대로 층층이 올린다. 다시 라자냐/소스/채소/두부/치즈를 한 층씩 쌓기를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라자냐/소스/치즈를 올린다.
4. 섭씨 190도에 맞춘 오븐에 3을 넣고 45분 정도 굽는다.
*라자냐 재료로 쓸 수 있는 채소는 무궁무진하다. 양파/감자/고구마/브로콜리/배추/가지/파슬리/고수/바질/파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끼만큼의 변화를 원한다면, 에세이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책 훑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