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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분수 Jan 10. 2022

수제 피자

맛있는 비거뉴어리 day9

'한 달 동안 하루 한 끼 채식 메뉴 기록' 프로젝트로 남편도 살짝 긴장했나 보다. 긴장보다 설렘에 가까우려나? 남편이 이번에는 피자를 만들었다.

피자나 라자냐는 두어 달에 한 번쯤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놓고, 와일드카드 꺼내듯 데워 먹는 요리다. 그런데 이번 주에 남편이 라자냐와 피자를 둘 다 만들었다. 냉동실은 그득 찼고, 나는 계 탄 기분이다.


'피자'라면 남편과 나는 각자 할 말이 좀 있다. 내가 말한다.


제빵기능사 시험에 피자가 나오면 운이 좋다고 하거든? 대개 빵은 발효를 두 번 하는데, 피자 도우는 한 번만 발효하면 되니까. 내가 그 행운을 만나서 제빵기능사 시험에 합격했잖아. 후훗.


그럼 남편은 십 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살 때 이탈리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 사장 가족이 좀 별로였어. 언제 사장 노부부 호통이 떨어질지 모르는 분위기였단 말이지. 게다가 온갖 파스타 이름을 이탈리아 억양으로 이야기하는데 전부 다 똑같은 단어로 들리는 거야. 그나마 사수가 재료 준비랑 소스 만드는 법을 가르쳐줘서 좀 배워서 나올 수 있었어.


한 달이라도 일한 경험이 있는 남편의 피자가 확실히 맛이 좋다. 그래서 우리 집 피자는 남편 손에서 빚어진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치즈나 페퍼로니가 있다면 본래 피자 맛에 흡사해진다. 하지만 이런 가공식품을 쓰지 않으면, 토마토소스와 피자 도우 맛이 살아난다.

피자 도우는 직접 만드는 대신 식빵이나 토르티야로 대신할 수 있다.

반죽 시간은 발효 온도에 따라 1~3시간 정도 걸리고, 피자 만드는 시간은 1시간 남짓이면 된다.


김치+시금치 피자


식물성 치즈와 페퍼로니를 올린 피자


피자 (4판)


도우

밀가루* 5컵, 건조 효모 1큰술, 소금 1작은술, 설탕 2큰술, 물 약 1.5컵, 올리브유 1큰술

*밀가루:통밀가루=1:1, 밀가루:호밀가루=3.5:1.5 정도로 섞어 쓰면 빵 맛이 더 좋다.


1. 물 분량 중 반 컵을 미지근하게 데워서 효모를 넣고 녹여준다.

2. 큰 용기에 1과 나머지 모든 재료를 넣고 반죽한다. 재료가 잘 섞이고 깔끔하게 뭉쳐질 정도(4~5분)로 반죽한다.

3. 반죽하던 용기에 둥글게 뭉친 반죽을 그대로 두고 젖은 행주로 용기를 덮어 따뜻한 곳에 둔다. 반죽이 2~3배 정도 부풀어 오르면 된다.

 

토마토소스

마늘 4쪽, 양파 1/2개, 토마토 2개, 식초 1작은술, 토마토 페이스트 350g, 버섯 1컵, 물 1/3컵

이탈리안 시즈닝(또는 파슬리/바질/타임/로즈마리/오레가노/고수/큐민 가루 등) 1작은술, 소금 1/2~1작은술, 후추 약간

*바질/파슬리가 있으면 다져 넣어도 좋다.


1. 중불에 달군 팬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다진 마늘/양파를 볶는다. 바닥이 갈색으로 물들면 식초와 다진 토마토를 넣고 3분 정도 볶는다.

2. 토마토 페이스트/버섯/물/허브 가루/소금/후추를 넣고 불을 조금 줄이고 뚜껑을 덮고 (15분 정도) 끓인다. 가끔 저어주고, 걸쭉해지면 불을 끈다.


피자

토핑은 다음 중 아무거나 원하는 만큼 선택해서, 가늘고 납작하게 썰어 준비한다.

토마토/마늘/양파/버섯/피망/가지/올리브/애호박/시금치/김치/바질/파슬리/고수/파

비건 치즈/비건 콩고기/두부


1. 준비된 피자 반죽을 4 등분한다. 반죽 하나를 작업대에 올리고, 밀대를 이용해서 0.4mm 두께로 밀어 편다. 반죽 가장자리를 1.5cm 정도 접어 누른 다음 오븐 팬에 올린다. 포크로 반죽 전체를 콕콕콕 찔러 준다. (바닥의 뜨거운 열이 빠져나가도록 돕는다.)

2. 1에 한 김 식힌 토마토소스 1~1.5 주걱을 고르게 펴 바른다. 준비한 토핑을 취향껏 올린다.

3. 섭씨 200도에서 12~15분 정도 굽는다.

*시금치 같은 잎채소는 가장 먼저 소스 위에 놓으면 오븐에서 좀 덜 탄다.

*두부는 물기를 빼고 손으로 으깨 뿌린다.

*비건 치즈를 쓸 겨우 토핑 순서 가장 마지막에 올린다.


토르티야에 소스와 토핑을 올려 구운 피자
오른쪽 사진처럼 치즈를 올리지 않으면 토마토 소스나 빵 등 다른 재료 맛이 더 살아난다.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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