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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분수 Jan 14. 2022

청국장과 비름나물

Day 13. 기쁘도다, 오늘도 한식!

아침은 케일 스무디와 견과류.

점심은 남은 김밥에 (김치찌개로 변한) 토마토 수프.

저녁에는 뭘 먹을까, 냉장고와 냉동실을 살폈다. 투명한 플라스틱 반찬통에 담긴 청국장이 눈에 띄었다. 전기밥솥에 밥이 있으니 딱이다.


청국장은 유기농 대두로 남편이 만들었다.

장아찌는 지난여름 뒤뜰에서 거둔 줄기콩과 콩잎, 케일 잎으로 만든 거고.

김치는 열무 뿌리와 줄기가 이어지는 부분을 잘라둔 게 아까워 만든 건데 맛이 청량하고 시원하다.

비름나물은 작년 여름 뒤뜰에서 뜯어 냉동실에 넣어둔 걸로 만들었다.


혹시 우리가 즐겨 먹는 이 풀이 비름이 아니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봄 되면 민들레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다음으로 땅을 뚫고 나오는 게 비름이다. 강아지풀을 비롯한 생명력 강한 잡초들이 나오기도 전에 비름이 땅을 뒤덮는다. 사실 이게 진짜 비름인지는 모르겠다. 하도 많이 자라고 색도 예쁘기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구글에서 '콜로라도 잡초'라는 검색어에 따라온 사진들 중 가장 비슷해 보이는 풀이름이 Amaranth였다. 다시 Amaranth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비름 속'이라고 떴다. 우리 집 뒷마당에 비름이 저렇게 많이 자란다고? 흥분한 나는 한글로 '비름'이라고 타자를 치고 이미지 검색을 해보았다. 와! 생긴 게 비슷하네!

그렇게 뒤뜰에서 화수분처럼 자라는 아마란스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꼭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된장과 마늘, 참기름 정도 섞어서 나물을 만든다. 향과 맛이 참 좋다. 게다가 우린 아직까지 살아있다!


비름나물  : 데쳐서 얼린 비름을 냉동실에서 꺼내 둔다. 냄비에 찬물 조금 담고 반쯤 언 비름(또는 아마란스 또는 그 무엇)을 넣고 끓인다. 김이 올라오면 뚜껑을 열고 젓가락으로 뭉친 나물을 풀어주고 1분쯤 뒤에 불을 끈다. 먹기 좋게 썰고 된장/다진 마늘/참기름에 버무린다.


청국장 : 냄비에 물과 반쯤 녹인 무청을 넣고 끓인다. 무청 맛을 보고 부드러워졌으면 불을 줄인다. 고추장/된장을 원하는 대로 풀어 넣는다. (간만 잘 맞추면 웬만한 음식은 다 맛 좋다.) 다시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청국장을 풀어 대접한다. (청경채가 좀 있어서 마지막에 함께 넣었다.)


청국장을 아끼는 바람에.. 고추장 국이 되었다. 그래도 청국장 맛은 어디 가지 않는다. 구수한 냄새로   부엌에서 “맛있다!” 하고 외쳐주는 외국인 남편을 보며  생각한다. 이런 인연,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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