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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곰 Aug 23. 2019

삼국시대의 지방 제도

삼국지 토막지식 01

  후한 말 행정구역은 전국을 13개 주(州)로 나누었고 그 아래 군(郡) 혹은 국(國)을 두었으며 다시 그 아래에 차례로 현(縣), 향(鄕), 정(亭)을 두었습니다. 현대 대한민국에 빗대어 보면 주 = 도, 군/국 = 시/군/구, 현 = 읍/면/동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중국 대륙의 무지막지한 크기를 감안한다면 주 하나가 우리나라의 면적을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요. 이중 실질적으로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는 주-군-현 까지입니다. 

후한시대 13주. 출처는 좌상단에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각 지방에 수령을 임명했죠. 주에 임명된 자를 자사(刺史. 혹은 주자사州刺史)라 했고, 군에 임명된 자를 태수(太守. 혹은 군태수郡太守)라고 불렀습니다. 국은 원래 왕족에게 봉지로 내리는 땅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나라에서 상(相. 혹은 국상國相)을 임명해 다스렸으니 국의 상은 태수와 거의 동격인 셈이었죠. 군의 태수와 국의 상은 흡사하며 단지 명칭만 다르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현에는 현령(縣令)을 임명했지만 현의 크기가 작을 경우에는 현장(縣長)을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태수였습니다. 아직 구품관인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후한시대에는 해당 관리가 매년 받는 녹봉의 양으로 직위의 높고 낮음을 구분했는데 이를 관질(官秩)이라고 부릅니다. 즉 지위고하에 따라 연봉을 달리 지급한 거죠. 태수는 당시 봉록이 2000석으로 상당한 고위직이었습니다. 게다가 군에는 태수가 직접 지휘하는 군사들이 있었어요. 행정과 사법은 물론이요, 군사의 권한을 한 손에 쥐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태수의 힘은 막강했습니다. 그래서 후한시대에 이곳저곳에서 일어난 군벌들이 대부분 태수 출신인 겁니다. 직속 병력이 있으니까요. 


  그러면 자사는 태수보다 위에 있으니 더 힘이 강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후한의 제도에서 자사는 단지 태수들을 감찰하는 정도의 직책이었으며 봉록도 처음에는 600석에 불과하여 태수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현령보다도 지위가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현령은 봉록이 1000석, 현장은 300석 혹은 400석이었습니다.) 하지만 후한 말에 나라가 혼란해지자 한나라에서는 목(牧)을 도입합니다. 목에게는 기존의 자사와는 달리 주 전체의 군사를 지휘하는 권한이 주어졌지요. 따라서 목은 자사의 그야말로 허수아비 같았던 무력함을 벗어던지고 일약 지방의 권력자로 부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공식적인 지방 제도와는 달리, 사람들이 해당 지역을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었습니다. 과거 춘추전국시대에 수많은 국가들이 존재했음을 잘 아실 겁니다. 그때 해당 국가가 존재했던 지방의 이름을 그 국가의 명칭을 따서 불렀지요. 뭔가 조금 어려운 개념인데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촉(蜀)은 당시 익주에 존재하는 촉군(蜀郡)을 가리키는 말입니다만, 실제로는 춘추시대의 촉나라가 존재했던 지역인 익주 서부 일대를 두루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吳)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양주에 오군(吳郡)이 존재합니다만 실제로는 과거 춘추시대의 오나라가 존재했던 장강 남동쪽 일대를 싸잡아 그렇게 불렀습니다. 삼국지연의를 보면 장비가 스스로 연인(燕人), 즉 연나라 사람이라고 칭합니다. 물론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과거 연나라가 위치해 있었던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지칭은 당시에 무척이나 폭넓게 쓰였습니다. 


  한편 사람들이 삼국지를 이야기할 때 나오는 지명은 군과 현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게임에서 그런 경우가 많아 종종 혼란을 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대체로 현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 나라의 수도였던 낙양, 장안, 성도, 건업, 허, 업 등은 모두 현에 해당합니다. 강릉, 신야, 하비, 이릉, 양양, 완, 진창 등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낭야군 낭야현, 홍농군 홍농현, 거록군 거록현 등 군과 현의 이름이 동일한 경우가 종종 있어 후세 사람들을 더 헷갈리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지요. 심지어 익주에는 익주군이 따로 있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외들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13주 중 오직 단 한 곳만이 주가 아닌 다른 명칭을 쓰는데 바로 사례(司隸)입니다. 이곳은 말하자면 수도권입니다. 전한의 수도였던 장안과 후한의 수도였던 낙양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으로, 마치 서울특별시 같은 개념이지요. 이곳에는 주자사 대신 사례교위(司隷校尉)를 두었습니다. 


  하남윤(河南尹)과 경조윤(京兆尹)은 각기 낙양현 주변과 장안현 주변을 포함한 군(郡) 단위인데 따로 명칭을 윤(尹)이라 하여 일반 군과 구분하였습니다. 이곳의 수령 또한 태수가 아니라 윤(尹)이라고 불렀습니다. 즉 하남윤을 다스리는 자의 직책은 하남윤인 겁니다. 슬슬 머리가 아프지요? 


  속국(屬國)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주로 이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을 말하는데 변방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고 군(郡)과 동격입니다. 이곳에는 태수 대신 도위(都尉)를 임명하였지요. 




  진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특히 경칭에 민감했습니다. 부모가 아니고서야 남의 이름을 부르는 건 몹시 무례한 짓이었죠. 그래서 그 사람을 직책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요즘도 보면 사장님~ 하고 부르잖아요. 


  그래서 어떤 자가 수령을 역임하고 있거나 혹은 과거에 역임했을 경우 그 지역의 이름을 따서 부르곤 했지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유예주입니다. 예주목이었던 유비를 지칭하는 거죠. 심지어는 성까지 떼어내고 그냥 예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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