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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곰 Nov 13. 2019

조위의 인사제도(1) : 조조의 용인술

더 깊게 들여다보는 삼국지

  저는 조조의 사람 쓰는 법(用人術)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낙하산 발탁과 능력위주 인사의 절묘한 조화]. 낙하산이란 실권을 가진 고위직, 그중에서도 특히 현실적인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위 장군직을 친인척 위주로 채워 넣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능력위주 인사란 인재들을 집안이나 외모가 아니라 능력 위주로 선발했다는 뜻입니다. 어찌 보면 서로 모순적인 이야기입니다. 친인척을 고위직에 올리면서 동시에 능력 위주로 사람을 쓴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그걸 해 냈으니 조조가 대단한 인물인 겁니다.  


   능력 위주로 인재를 쓴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뻔한 소리를 왜 하고 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그게 사실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도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죠. 더군다나 지금으로부터 이천 년 전, 후한 말엽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선 들어가기 전에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조조는 난세가 도래하자 자신의 힘을 키웁니다. 세력을 구축하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사람, 즉 인재였지요. 조조는 걸신들린 사람이 음식을 찾듯이 간절히 인재를 구합니다.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은 단언컨대 순욱입니다. 영천군의 유력 호족인 순씨 집안에서 태어나 효렴에 추천되었지만 도중에 벼슬을 그만두었고, 다시 원소에게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또다시 때려치운 후 스스로 조조를 따르기로 결정한 인물입니다. 이른바 ‘순욱 피라미드’라고도 불리는 그의 인재 네트워크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그가 추천한 인물들만 해도 순유, 모개, 종요, 희지재, 곽가 등 여럿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또다시 아는 사람을 줄줄이 천거하여 조조는 단시간에 엄청난 인재풀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조조는 항장(降將), 즉 원래 남의 휘하에 있다 항복한 자들 장수들 중에서도 재능 있는 자들을 중하게 대우했습니다. 장료, 서황, 장합, 방덕 등은 모두 원래 섬기는 주인이 따로 있었던 자들입니다. 관우도 여기에 포함되지요. 물론 그는 자신의 주군을 섬기러 다시 떠나갔지만요. 


   그렇게 인재를 모아 가며 성장한 조조가 다른 군웅들을 하나씩 때려잡고, 마침내 일생일대의 호적수인 원소와 그 자식들마저 제거한 후 승상에 오른 것이 208년입니다. 이후 210년에 그는 이른바 구현령(求賢令)을 내립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번역을 할까 했는데 각 잡고 한문을 번역하려 힘들어서 대략적으로 의역합니다. 본문은 뒤에 붙여 놓을게요. 

   자고로 천명을 받은 군주는 모두 훌륭한 인재를 구하여 함께 천하를 다스렸다. 하지만 그 인재들이 집에만 있어 밖으로 나오지 않고, 또 높은 양반들도 걔들을 찾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서로 만났겠냐? 오늘날 천하가 이토록 혼란하니 특히 인재가 필요한 때다. 논어에 보니까 사람마다 다 적절한 자리에 써야 한다더라. 사람들은 효도니 청렴이니 그러는데 솔까 관중은 재산을 엄청 해 먹었지만 걔 없었으면 제환공이 뭔 수로 패자가 되었겠냐? 지금도 천하에 분명 강태공 같은 사람이 은거해 있을 텐데 찾아야 하지 않겠냐. 또 진평은 형수랑 간통한 데다 뇌물까지 받아 챙겼지만 걔 아니었음 한고제가 어떻게 천하를 얻었겠냐? 그러니까 너희들 잘 들어라. 집안이나 가문 같은 것 좀 보지 말고, 오직 재주만 있다면 천거해서 내가 발탁할 수 있도록 해라. 自古受命及中興之君, 曷甞不得賢人君子與之共治天下者乎. 及其得賢也, 曾不出閭巷, 豈幸相遇哉. 上之人不求之耳. 今天下尚未定, 此特求賢之急時也. 孟公綽為趙, 魏老則優, 不可以為滕, 薛大夫. 若必廉士而後可用, 則齊桓其何以霸世. 今天下得無有被褐懷玉而釣於渭濵者乎. 又得無盜嫂受金而未遇無知者乎. 二三子其佐我明揚仄陋, 唯才是舉, 吾得而用之.  [위서 무제기]


   오직 재주만 있다면 천거해라. 유재시거(唯才是擧) 네 글자에 조조 용인술의 핵심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조조는 평생에 있어 항상 인재를 갈구해 왔습니다. 제아무리 잘난 사람이라 해도 혼자 힘으로는 결코 천하를 평정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구현령을 내렸다 하여 조조가 별달리 새로운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낸 건 아니에요. 그냥 기존의 제도를 사용했습니다. 본문에도 있잖습니까. 재주만 있으면 ‘천거(擧)’하라고요. 근본적으로 향거리선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게다가 애당초 조조는 야망을 품고 몸을 일으켰을 때부터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해 왔습니다. 설령 친인척이라고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춘 사람만을 썼지, 결코 무능한 자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조인과 하후연은 매우 훌륭한 장수였고, 하후돈은 지휘관으로서는 영 아니었지만 다른 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했으며, 조홍도 병사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장수였습니다. 그 외에 뛰어난 수하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러면 조조는 왜 뜬금없이 구현령을 반포하면서까지 구태여 능력 위주 인사를 강조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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