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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디버그 Aug 02. 2016

'퍼스트 레이디' 빌 클린턴

우리안에 있는 남근주의적 요소들. 그리고 역지사지

http://news.joins.com/article/20387930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다면, 빌 클린턴은 역대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이 된다. 그러면 역대 '퍼스트 레이디'들과 다른 차원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퍼스트 레이디'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해왔다. 또 현모양처이자 완벽한 여성의 전형이 되길 바란다. 만일 빌이 여성이었다면 미국인들은 그처럼 대놓고 불륜을 저지른 사람을 '퍼스트 레이디'로 인정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빌 클린턴은 '남성'이기에 상관없는 듯 보인다.
빌이 힐러리와 함께 백안관에 들어간다면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도 크게 바뀔 것이다. 미셸 오바마나 힐러리는 당당한 커리어 여성이었지만, 퍼스트 레이디가 된 이후에도 '가사'에 매달려야 했다. 가령 백안관 만창상에 놓일 꽃꽃이나 만찬 메뉴 선택 말이다.
 그러나 빌은 그런 일들은 죄다 비서에게 맡기고,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것이며 미국인들은 아무 불만도 없을 것이다.
 빌은 한 마디로 '완벽하지 않은 남자(불륜을 저질렀으니까)'다. 그 점에서 빌은 새로운 대통령 배우자의 롤 모델에 완벽히 부합한다.  

 미국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 세계를 막론하고 남근주의는 늘 여성을 억압해왔다.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남근주의적 요소를 발견함에 새삼 놀라웠다. 진짜 빌 클린턴이 여자였다면, 힐러리가 지지를 이렇게 받을 수 있었을까?(뭐 이 논제는 서로의 성별이 바뀐다는 말도 안되는 전제이긴 하지만) 아니 그의 존재만으로도 끈임 없는 구설수에 올랐을 것이다. 행운적이게(fortunately) 빌은 남성이었다. 그래서 그의 '퍼스트 젠틀맨'의 역할 논쟁은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나는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배경은 중학교였다. 게임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나조차,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등장으로 도망다니기에 바빳다. 중학교 시절 소위 말하는 일찐들의 우두머리 형이 등장했다. 그의 등장으로 나는 싸우다가 지고, 다시 살아나 똑같은 상황 속에서 그 사람에게 도망쳐야 했다. 나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나의 무의식 속에 그 당시 그 일찐이 얼마나 무섭게 자리잡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당시 우리들(남자들)은 불합리한 행태(돈을 뻇는다던지, 떄린다던지 등)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묵묵히 살아왔다. 그리고 아마 뒤에서 욕을 했겠지... 부당하다고, 처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여자가 자신들의 문제에 개입되는 순간 우리의 그런 치졸한 모습들은 사라지고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이 당한 이 처지가 부당하다고 외친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왜 그런지에 대한 담론과 고민보다 비난하기에 바쁘지는 않은가? 왜? 여자는 약자니까, 뭐가 됐든 우리보다 약하니까. 우리가 학창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치졸한 모습들은 권력의 위치가 뒤바뀜에 따라, 행동도 뒤바뀐다. 물론 나도 지금 나이에 와서 똑같은 일을 겪는다면, 정의롭게 행동할 수 있을까? 섣불리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당한 불합리한 일들을 남에게도 하지 않을 수는 있지 않을까?
 부디 분노할만한 상황에 분노하는 사리분별력, 내가 당하기 싫은 것은 나도 행하지 않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늘 품었으면 한다. 우리는 수천 년의 역사동안 여자의 역할을 규정하는 등의 여자 위에 군림하고 살아왔음을.. 이건 단지 페미니즘이 아닌 지극히 당연한 모습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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