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② 42개 대학 정보공개청구 실태
<이전 정보공개청구 관련 기사>
1. https://brunch.co.kr/@gorhf011/70(총장 '쌈짓돈'된 업무추진비)
-----------------------------------------------------------------------------------------------------------------------
시흥캠퍼스 실시 철회를 요구하는 서울대생들이 지난달 10일부터 총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 중이다. 이에 앞서 7월 30일에도 이화여대생들이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총장실 앞을 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처럼 대학 내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학내 소통 부재에서 찾는다. 학교의 정체성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되다 보니 내홍으로 번진다는 얘기다.
대학의 엄연한 주역인 학생들은 학교 정책과 관련해 정보를 어떻게 얻을까? “통상적으로 학교 업무 관련 정보는 총학생회장이 대학 관계 부처와 대화를 거쳐 얻는다”는 편준장(21) 경기대 총학생회 정책차장의 말대로 학생 대표가 학교 직원을 찾아야 가능하다. 일반 학생들은 학교 정보를 얻을 통로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 모든 대학은 대통령령에 따라 정보공개청구법 제2조 3항에서 명시한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돼야 한다’는 정보공개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에겐 언감생심이다. 합법적으로 대학에 정보 공개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묻자,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윤지예(24) 씨는 이렇게 반문했다. “사립대학도요?”
국립대는 ‘정보공개청구 홈페이지(open.go.kr)’에 청구대상으로 등록돼 있어, 통상적인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정보공개청부 방법: http://biguse.net/449, 출처:<뉴스타파> 박대용 기자 블로그) 사립대는 사정이 복잡하다. 청구인이 직접 신청서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 후, 해당 학교 정보공개청구 담당 부서에 메일을 보내야 한다. 메일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알아내는 것도 학생 몫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제공 ‘대학 정보공개청구 포털(http://khei-khei.tistory.com/1809)’에 따르면 2016년 7월 기준으로 정보공개제도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신청 방법을 제공하는 학교는 221개교 중 129개에 불과하다. 서울권 4년제 대학만 따져보면 42개 대학 중 14개교가 정보공개청구 관련 안내를 전혀 하지 않는다. 정보공개법은 ‘정보관리체계 정비’와 ‘정보공개 담당 부서 배치’ 등을 마련하도록 규정하지만, 국내 대학은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단비뉴스>는 서울권 42개 대학(사립대 포함)에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 ▲14~15 예·결산 내역 ▲2014~15년도 총장 업무추진비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선정 대학 리스트와 정보공개 여부는 기사 하단 링크에서 확인)
사립대의 경우 정보공개 청구를 위해 담당자 메일주소를 알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통상적으로 정보공개청구는 기획처에서 담당하는데, 그 외 부서 직원들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정보공개청구가 무엇이냐? 저희가 개인에게도 정보를 줘야 하냐? (성신여대 교직원)”라며 청구인에게 정보공개청구제도에 관해 되묻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하기 위해 한 학교에서 많게는 7번까지 전화를 연결받고 나서야 담당자와 연결됐다. 정보공개청구처를 명시하지 않은 14개 대학의 경우 연락처를 얻기까지 평균 3번의 부서 연결이 필요했다.
정보공개청구 신청 주소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신원 확인을 요구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보공개청구법은 제5조에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어, 청구인은 자신의 신분과 목적을 밝힐 이유가 없다.
케이씨대(구 그리스도대) 정보공개청구 담당자는 “실례지만 누구신데 총장님 업무추진비를 청구하는 거냐?”며 목적과 신원을 따져 물었다. 케이씨대뿐 아니라, 대다수 학교에서 같은 질문을 청구인에게 던졌다. 한성대 정보공개 담당자는 “학교를 음해하기 위해 청구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반응부터 보였다. 정보공개청구처를 명시하지 않은 14개 대학의 정보공개청구 담당부서 메일을 알아내는데 총 3시간 47분이라는 긴 통화시간이 걸렸다.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민감한 정보인 총장 업무추진비 공개를 꺼렸다. 정보공개청구 후 2주 이상 기다린 결과, 서울권 42개 대학 중 총장 업무추진비를 공개한 곳은 15(공립 7, 사립 8)곳에 지나지 않았다. 총장업무추진비 내역을 홈페이지에 매년 공개해야 하는 국공립대를 제외하면, 소수의 사립대만 공개를 허용한 셈이다. 대학알리미에서 이미 제공 중인 내역(학교 예결산, 등심위 회의록 등)에 대해서는 현재(2016.11.20.)까지 통보 결정하지 않은 6개 학교를 제외하곤 모두 공개 결정 통보해 왔다.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총신대의 경우 2015년도 재단 이사회 회계 결산 결재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4년도 총장업무추진비만 제공했다. 광운대는 직접 열람만 허용했고, 추계예술대는 대략적인 5개 항목만 밝혔다. 홍익대는 경조사비 내역만, 경기대는 세부내역 없이 월별 업무추진비와 지출결의서만 공개했다.
총장 업무추진비 비공개를 결정한 21개 대학의 비공개 사유를 보면, ‘경영상의 비밀’이 11개 대학(가톨릭,건국,경희,고려,서강,세종,숙명여자,숭실,연세,중앙,한국외대)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정보 부존재’로 6개 대학(국민,덕성여자,서울여자,성신여자,한성,한양대), ‘목적성 불분명’이 2개 대학(상명,케이씨대)이다. 동덕여대는 접수 후 뒤늦게 “온라인 신청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으며, 한국성서대는 아무런 사유도 없이 비공개를 결정했다.
현재(2016.11.20.)까지 통보 결정을 하지 않은 대학도 있다. 정보공개청구법에 따르면 신청을 접수한지 10일 이내, 연기 통보를 하면 최장 20일까지는 청구인에게 결정 통보를 하는 게 필수다. 그러나 이화여대를 비롯한 감리교신학,동국,삼육,서울기독,성균관대 등 6곳은 아직도 통보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투명하게 자료를 운영하고 공개하는 대학도 있다. 애초 취지대로 업무추진비의 세부내역, 특히 증빙자료(영수증)를 공개한 곳이 세 군데다. 성공회대와 한영신대, 서울시립대가 그렇다.
명지대는 유일하게 "총장업무추진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답변해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총장 업무추진비를 쓰지 않고도 학교 운영이 가능하다는 사례다.
대학들의 총장 업무추진비 비공개 처분에 대해 김조은 정보공개청구센터 활동가는 “말도 안 되는 처분”이라며 “거부 사유 중 하나인 ‘부존재’는 총장업무추진비가 학교 법인카드로 사용되고, 매년 학교 예산안을 결산한다는 점에서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영상의 비밀 또한 학교 측의 자의적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경건 서울시립대 법학과 교수는 <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영업상 비밀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든, 총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의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법 및 시행령 위반”이라며 비공개 결정이 부당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경영상의 비밀 이유를 들어 정보 공개를 거부한 7개교(가톨릭,경희,고려,서강,연세,중앙,한국외대)에 <단비뉴스>는 이의신청을 냈으나, 이마저도 ‘경영상의 비밀’로 거부했다.
*대학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싶다고요? <단비뉴스>가 정리한 메일 주소만 있다면 정보공개청구 방법을 찾기 위한 문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답니다! 정보공개청구 대상 대학과 청구 결과 및 대학별 담당 부서 메일을 확인하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