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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Feb 09. 2023

인사 잘하는 막내 신입사원 시니어 인턴

회사인턴 생존 일기

     아주 오래전 첫 직장에 출근하고 어느 날 선배 한 사람이 말했다. 무조건 인사만 잘해도 회사 생활 성공한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신입사원 시절 한동안 잘 모르는 직원과 마주쳐도 무조건 인사했던 기억이 있다. 일상에서도 인사는 사람 판단의 준거틀로 심심찮게 거론되곤 한다. 인사성이 밝다는 말에는 인간 됨됨이가 되었다는 뜻이 들어 있고 실제로 인사를 잘하면 주위로부터 호감도 얻고 평도 좋다. 성공한 사업가 중에 우스갯소리로 인사를 잘해서 성공했다는 말이 있기도 한데 인사성이 밝으니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나는 우리 회사의 막내 신입사원이다. 게다가 정규직도 아닌 인턴. 그러니 인사부터 잘하자고 생각했다.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사회나 회사에서 인사 잘해서 욕먹을 일 없다는 진리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인사, 그러나 이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특히 모르는 사람에게는 의외로 인사에 인색한 것이 우리네다. 먼저 인사하면 손해 보는 거 같고 심지어 상대방이 나를 낮게 보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나도 뭐 그런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살갑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면 꼭 내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 먼저 인사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시니어 인턴으로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는 내가 바뀌어야 했다. 나는 내가 먼저 변하기로 했다. 조금은 의도적이지만 먼저 인사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니 무조건 인사하자고 결심했다. 인사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인사하는데 무슨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무뚝뚝한 내 일상의 태도에 변화를 주길 바라는 맘도 있지만 앞으로 나이 먹으며 좀 더 너그러워지고 나잇값을 하는 내가 되고 싶기도 해서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나는 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하고 큰소리로 인사한다. 그럼 모두 같이 인사한다. 인사를 건네며 하는 말도 다양하다. 어떤 땐 인사에 부연해서 대화가 추가되어 하루 일과가 즐겁게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오늘 진짜 날씨 좋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종건님 오늘 목소리가 활기찬 거 보니 좋은 일 있나 봐요?" 

늘 밝은 인사하는 그녀가 인사말에 덧붙여 말을 건넨다.

"아 네 희진님!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냥 기분이 좋네요"

"아~ 그랬구나. 종건님은 나이에 비해 감성이 풍부하신 거 같아요"

"뭘요. 메마른 영혼을 더 메마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ㅎㅎㅎ. 종건님 말도 되게 재밌게 하신다"

별거 아닌 아침 대화지만 그 안에는 부드러운 정감이 들어있다. 나는 희진님과 사무실 한편 작은 테이블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며 부드러운 정감을 이어간다. 이런 자리에 한두 명이 합석하면 가벼운 업무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모이면 가볍게 담소를 나누며 일상을 교류하는 시간이라 상대방에 대해 아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가끔 담소 중 나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직원도 있고. '내가 회사에 다닐 때는 어땠냐?' '이런 업무는 어떻게 처리하면 좋아요?' 등. 이런 자리를 빌려 나는 내 경험이나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을 살짝 드러내곤 한다. 인턴으로 입사한 시니어가 자기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겠다고 잘난 체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까? 지금의 직원들도 나의 경험이나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듯했다. 직원들은 자기의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중이며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 또한 나도 없다. 그러니 이런 자리에서 업무 얘기 비슷한 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어쩌면 아침 인사는 업무 소통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인사에도 따뜻한 인사가 있다. 살가운 인사다.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띠며 인사하는 것. 무표정한 얼굴에 목소리만 크면 어떤 땐 화난 사람 같아 오해를 받는다. 이제 코로나도 가고 마스크도 벗었다. 맨 얼굴이다. 인사의 감정을 얼굴에 담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남자는 근엄해야 한다 남자는 말이 많으면 안 된다는 식의 말을 듣고 자란 게 우리다. 그래서 먼저 인사 건네는 걸 되게 눈치 보며 한다. 웃음에도 무척 인색하다. 

    출근길 아침,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본다. 시니어에서 떠오르는 어감 중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늙다리 같다는 말이다. 이 말에는 말투나 사고뿐만 아니라 외모도 포함된다. 축 쳐진 입꼬리에 무표정한 얼굴은 마치 화난 얼굴 같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무뚝뚝한 내 얼굴 표정도 결코 아름다운 인생을 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가끔 나의 무표정한 얼굴을 책하며 얼굴을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만들어보려고 입꼬리를 올려 웃는 연습을 해 보지만 영 어색하다. 그래도 자꾸 노력하고 있다. 어색한 미소라도 웃음 지으며 인사하면 직원들이 더 반갑게 인사하기 때문이다. 심통 난 거 같은 얼굴이 매일 이렇게 연습하면 좀 나아지려나? 오늘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중얼거리며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회사 건물로 향한다. 이렇게 중얼거리며 걷다 보면 희한하게도 즐거운 뭔가가 연상되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누군가 보면 영락없이 미친놈이라고 하겠지. 그래 미친놈이라고 해라. 그래도 무뚝뚝하고 찡그린 얼굴보단 낫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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