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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Mar 17. 2023

늙은이 꼰대소리 듣지 않으려면 여섯 가지는 기억하자

회사인턴 생존 일기

    시니어가 꼰대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이 먹으며 주의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시니어 세대는 힘들게 살아온 시간이기에 남은 생은 누구 간섭받지 않고 내 멋대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산속에서 혼자 산다면 모를까 이런저런 사람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고집 센 늙은이, 자기밖에 모르는 늙은이, 쥐뿔도 없으며 큰소리부터 치는 늙은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늙은이 이런 늙은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오랜 습성으로 밴 것들은 잘 고쳐지지 않기에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알면서도 못 고치는 건 그만큼 개선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뿌리가 깊다는 얘기겠지.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건 '과거 얘기는 그만'. 젊어서는 내 주변에 벌어지는 일도 많고 내가 처리해야 할 일들도 많다. 어디 내세울 정도의 성과를 이룬 경우도 있다. 그만큼 얘깃거리가 많다. 퇴직하고 나면 그런 세상에서 멀어진다. 특별한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과거가 그립고 자꾸 과거 얘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의 과거는 매우 지루한 얘기다. 공감도 되지 않고. '라떼는 말이야~' 유행어가 생기게 된 건 보통의 시니어들이 과거 얘기를 많이 한다는 뜻이다. 친구들 모임에서도 대부분 지나간 얘기들 뿐이다. 추억팔이 얘기로 몇 시간을 허비하고 집에 돌아오면 남는 게 없다. 지난 과거 들춰서 열변을 토하는 친구는 현실이 그렇고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니어의 현실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그런 모임이 좋다. 이제 지난 얘기는 그만하자. 나도 과거 얘기 듣기 지겨운데 젊은 친구들은 오죽하겠나.

     두 번째는 '자식, 집안 자랑하지 마라'. 우리 집 아들이 sky를 나와 대기업 과장으로 있는데 어쩌고저쩌고. 사촌 동생이 기재부 서기관으로 있는데 어떻고저떻고. 이런 말들은 젊은 친구들을 오히려 화나게 만든다. 자기와 비교해서 말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드니 말이다. 이런 말을 듣으면 젊은 친구들의 표정은 '그래서 어쩌라고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한다. '딴 사람 말고 아저씨 얘기 좀 하세요'. 말하는 본인 자랑도 듣기 거북한데 자식자랑까지 들어야 한다면 그건 정말 아니다. 상대방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자식이 잘됐으니 자랑하고 싶겠지만 참자. 말 안 하고 있으면 중간은 간다.

     세 번째는 '가르치려들지 말라는 거'. 나이 먹은 세대의 나쁜 습성 중 하나가 나이 먹은 거로 위세를 떠는 것이다. 나이가 더해지는 것과 지식이 쌓이는 것이 같이 간다고 믿는 시니어를 가끔 본다. 머릿속이 빈 사람일수록 나서고 아는 체를 한다. 그런 행위는 젊은 친구들 눈에는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려는 얄팍한 시니어라는 인식밖에 못준다. 많이 아는 사람은 누굴 가르치려 않는다. 벼가 익어 숙이는 것같이. 경험(엄청난 경험이 아닌 사회생활 속 누구나 하는 경험 같은 거)이 마치 자기만 알고 있는 지식인 듯 젊은 친구들에게 가르치려 든다면 듣는 사람은 고통이다. 사실 요즘 시대 시니어가 젊은 친구들에게 가르칠만한 게 없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지식을 갖춘 시니어도 드물다. 시니어는 먼저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삼자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삼자의 대표적인 사람이 아내와 자녀다. 아내와 자녀로부터 신세대 시니어 지식층이라고 인정받지 못하면서 누굴 가르치려 든다면 그런 꼴불견도 없다.

     번째. '시니어는 사회적 트렌드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배우지 못하면 뒤쳐진다. 못 따라가는 자신의 부족함을 트렌드를 무시하는 거로 치부하는 시니어는 딴 세상 사람인 . 모르면 쫓아가는 흉내라도 내야지 어깃장 놓듯이 세상 돌아가는 것이 미쳤다는 등 딴소리하면 그건 현 사회에 발 디딜 자격이 다. 인류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변화는 긍정의 방향으로 흐른다. 트렌드는 긍정의 흐름인 것이다. 트렌드를 말할 땐 생각하는 사고와 사물, 현상에 대한 어떤 판단을 말하지만 그 안에는 시니어가 자신의 말이나 외모를 TPO에 맞추는 것도 포함된다. 시니어가 사회적 변화를 읽을 줄 모른다면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난 거다.

    다섯 번째로 '몸을 빠릿빠릿 움직이자'. 나이를 먹으면 몸이 노쇠해지니 빠릿빠릿 움직이기 쉽지 않다. 어그적 어그적 걷는 모습은 그 외향만으로도 경로당 노인으로 만든다. 실제로 몸이 피곤하면 움직이기 싫고 학습 열정도 떨어진다. 움직임이 빠릿빠릿하면 생각도 빠르게 움직인다. 대화의 톤도 활기차다. 나이 먹어 몸이 안 움직이는 데 어떡하냐고 묻는 시니어가 있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냥 지금처럼 살며 노쇠해져 병원을 드나들든지 생각을 바꿔 당장 문을 박차고 나가 빠른 걸음으로 몇 km를 걸어보든지. 건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시니어 세대지만 몸으로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정신 세계는 신체 세계의 지배를 받는다고 믿는 사람이다. 몸이 쇠잔해지기 시작하면 정신도 서서히 그렇게 되어 가고 있음이 확실하다. 시니어의 솔선수범은 몸의 움직임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직원들이 박스를 들어 차에 싣고 있는데 뒷짐 지고 있기보다는 같이 번쩍 드는 모습에서 젊은 친구들은 나이의 간격을 잊는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채우며 살자'. 퇴직 후 남은 생은 30년이 넘는다. 의학의 발전과 건강 관리로 인생 2막이 길기도 하다. 시간을 때우는 건 수동적이고 억지로 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시간을 채운다는 건 능동적이고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남은 생을 원하는 거로 다 채우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을 때우는 삶의 태도와 채우는 삶의 태도는 생활방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채우려 해도 채울 수 없는 게 시니어 세대의 남은 시간이지만 때우려고 한다면 다 때울 수는 있다. 때운다면 그 안에는 쓰레기 같은 잡다한 그 무엇들도 많겠지. 이때 긴 생은 축복이 아닌 비극인 셈이다.


   시니어 인턴생활하며 매사 조심스럽다. 이것저것 신경 쓰는 시간은 때우는 시간이 아닌 뭔가를 채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뇌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 퇴직하고 신경 쓰지 말고 내 편한 대로 살자면 그리 살겠지만 혼자 잘났다고 살면 뭘 느끼겠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게 좋지. 오늘도 젊은 친구들과 마주 앉아 일하며 인턴의 시간이 간다. 직원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시니어의 장벽은 여전하다. 그나마 회사에서 늙은이 꼰대소리 듣지 않으니 인턴생활은 잘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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