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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결같은 사람. 지금 더 고마운 미미

아내와의 대화

by 김쫑

2007. 3. 17

발신 : 미미(아내)

수신 : 김쫑(나)

제목 : 잘 도착했죠?


잘 도착했어요?

오늘 당신 공항에 내려주고 영진 아빠가 점심 사준다고 영진 엄마랑 같이 의왕 백운호수 가서 점심 먹고 왔어요. 영진 아빠가 엄청 섭섭한가 봐~ 자꾸 눈물이 나서 눈이 부어 집에서 샤워하고 나왔데요.

거기는 어떤지~ 정말 괜찮은지~ 식사 잘 챙겨 먹고 운동도 하고 그래요~. 우리 걱정은 말구. 메일 자주 보내고 예슬이 이슬이한테. 전화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하고 돈 아껴서 맛있는 거 사 먹어요. 비상약도 사다 놓고! 싼 게 좋은 건 아니니까 너무 싼 거만 사지 말고. 알았죠??

혹시 돈 필요하면 말하구요~ 사람들 너무 믿지 말아요~ 그럼 짐 정리 잘하고 좋은 꿈 꿔요~ 보고 싶네요...


>> 40대 중반을 넘어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 유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아내는 속으로 얼마나 걱정했을까? 무언의 동의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공항으로 향했다. 절친이 차로 공항까지 태워줬다. 배웅을 마치고 집에 왔다가 아내는 친구부부와 점심을 같이 했다. 그날 저녁에 보낸 메일에서 '자꾸 눈물이 나서 눈이 부어 샤워하고 나왔다'는 당사자가 친구가 아닌 당신 아니었냐고 짓궂게 물은 적 있다. 아내는 그저 옅은 미소만 지었다.

알뜰한 아내는 빈손으로 가는 내가 돈 없어 주눅이 들까 봐 걱정했다. 그리고 잘 모르는 중국에서의 생활을 여러모로 걱정했다. 먹는 거나 아플 때 등. 그리고 사람을 믿지 말라고도 했다. 지금도 아내는 가끔 비슷한 잔소리를 한다. 그런 잔소리가 귀찮게 들릴 때 메일을 생각하면 신기하게 사랑스럽게 들린다.

50년 절친은 지금 방에서만 지내는 병약한 몸이 되어있다. 안타까울 뿐이다.


PS : 작은 딸은 나를 김쫑, 아내를 (신)미미라고 부른다. 꽤 오래전부터 엄마 아빠에게 보내는 메일이나 쪽지 편지에 애칭으로 그렇게 불렀다. 나와 아내는 지금도 그 애칭을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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