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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고맙습니다 여전히

아내와의 대화

by 김쫑

2007. 3. 30

발신 : 김쫑

수신 : 미미

제목 : 당신의 날


오늘은 당신의 날이오.

우리 결혼한 지가 얼마??

당신 만나 내가 이렇게라도 일군 거 아닌가 해요. 당신이 늘 우리 가족 생각하며 알뜰히 살았으니까. 이젠 좀 당신도 맘 편히 쉬게 해 줬으면 좋으련만 또 고생을 시키는구려. 언젠가는 당신하고 편히 쉴 날이 올 거예요. 기다려요.

건강하구... 항상 곁에 있어서 고맙구... 고마운 게 또 많지. 애들한테 잘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구. 우리 항상 여유로운 맘으로 행복합시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애들하고 결혼기념일은 대신하구려. 애들하고만은 처음이니 같이 기뻐해도 좋을 거 같아요. 여긴 걱정말구요.

그럼 안녕~~ 아프지 말구.


>> 집안을 책임져야 할 중요한 나이인 40대 중반 넘어 혼자 공부하겠다고 중국으로 간 후 맞는 결혼기념일은 글을 쓰기에 너무 힘들었다. 여유로운 맘으로 살자고 했지만 그게 가능했을까? 그 당시는 어떤 말도 아내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을 텐데...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맘뿐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길어지는 문장이 변명처럼 들릴까 봐 글이 짧아진 거 같기도 하다. 짧은 글 안에 애잔함이 묻어있어 잠시 그때로 돌아가 본다. 고마운 당신. 미미 씨!


PS : 문구가 '~~이오, ~~구려' 같이 약간 나이 든 투인 것은 결혼기념일 혼자 있게 한 미안함을 표현하기 힘들어 그런 어투를 쓴 거 같다. 결혼한 지 34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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