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의 방학. 휴식에도 급이 있다?

작은 딸과의 대화

by 김쫑

2007. 07. 20

발신 : 아빠

수신 : 작은 딸

제목 : 방학 추카추카


이슬아! 오늘 방학이구나, 좋지? 중학생이 되어 처음 맞는 방학인데 기분이 어때? 공부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았을 텐데 쉴 땐 푹 쉬어야 해. 이번 여름방학은 특별히 아빠와 베이징에서 만나는 그런 시간이니 기억에 남는 방학이 될 거야.

아빠는 이슬이가 너무나 대견하구나. 중학생이 되어서도 잘하고 있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그 이상 더 기쁜 게 어딨겠니. 항상 엄마를 생각해서 엄마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 아빠도 알고 있단다. 이슬이가 효녀야. 언니랑 이슬이가 다 잘하니깐 아빠도 멀리 중국에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 울 딸들 생각하면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단다 ㅎㅎ.

방학은 좋은 시간이지만 나태해질 수도 있어. 그러니 계획을 잘 세우고 지키는 그런 습관을 가지도록 해. 엄마가 너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건 중학생이 되었으니 공부가 한번 뒤쳐지면 따라잡기 힘드니깐 그런 거야.

이제 2주 뒤엔 아빠랑 만나는구나. 아빠도 꿈만 같아. 집 떠나올 때 눈물을 글썽거리던 이슬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곧 있으면 우리 이산가족상봉????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올 때까지 엄마랑 언니랑 잘 지내고 엄마 힘들 때 우리 이슬이가 엄마도 좀 챙겨주고 해.

아빠 요즘 중국책 보고 자세히 계획 짜고 있어. 이슬이 오는 날 배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알겠지?

그럼 우리 만날 날을 기다리며 안녕~~~~


>> 작은 딸이 중학생이 되고 아내의 걱정은 커졌다. 중 3인 큰딸이 아무리 공부를 잘한다 하더라도 잘하는 놈은 잘하는 대로 걱정이 있는 법이다. 그런 때 하필 내가 중국으로 공부한다고 떠났다. 베이징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는 건 우리 가족에게 기쁨이자 희망이었다. 잠시 그런 걱정을 내려놓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 당시 온 가족 해외여행은 우리 가족에겐 호사였지만 나는 베이징에서의 시간을 그동안 비어있던 우리 가족의 사랑을 채우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건강한 모습으로 베이징 공항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메일을 썼다. 작은 딸은 어디 나갈 때, 시험 볼 때 배가 아프다고 했다. 신경성과민대장증상일 텐데 그걸 나는 단순히 속이 안 좋은, 체한 거 정도로 여겼다. 베이징에서 우리 가족이 만나는 시간은 생활이 팍팍한 가운데 짜낸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나는 우리 네 명이 2주 뒤에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원했다. 혹시라도 베이징 오기 임박해서 누가 아프기라도 한다면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실망을 안겨줄 테니깐.


PS : 2007년 중국 여행은 종이로 된 책자를 보고 계획을 세우는 때였다. 나는 시내 서점에서 여행책자와 지도를 샀다. 물론 모두 중국어. 그간의 중국어 공부 실력으로 지면의 중국어를 다 읽기는 어려웠지만 이참에 중국어 공부하자며 책자를 보며 컴퓨터에 중국어로 여행 계획을 옮게 적었다. 중국어 자판을 두들기며 열댓 장의 계획서 작성을 완성했을 때 중국어를 꽤 많이 알게 되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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